『루빈이 가고, 또다른 루빈이 왔다』로버트 루빈 미 재무장관의 사임소식에 금융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물론 약간의 동요도 있었다.
12일 뉴욕 주식시장은 개장 직후 루빈의 사임과 러시아의 총리 경질 등 충격적인 뉴스가 겹치면서 다우존스 지수가 한때 200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달러화도 전날보다 달러당 0.62엔 하락해 120.35엔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다우지수는 곧 회복해 25포인트 하락한 채 마감됐다. 달러화도 강세로 돌아서 13일 도쿄(東京) 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21엔대로 올라섰다.
루빈의 재무장관 취임과 함께 가파른 상승행진을 이어온 월가에서는 그에 대한 신뢰감이 무척 두터웠다. 올들어 그의 사임설이 퍼지자 『그의 사임이 발표되는 날 다우지수가 얼마나 떨어지는가』가 화제가 됐을 정도. 장관실에서 전세계 주식시장의 동향을 주시하며, 이를 정책에 반영한 장관은 루빈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관직을 승계할 인물은 다름아닌 로렌스 서머스 부장관. 그는 루빈 못지않은 시장중심론자이고, 특히 지난 4년간 루빈과 호흡을 맞춰왔다. 서머스의 장관직 승계 이후에도 정책변화는 없을 것이란 얘기다.
루빈_서머스 재무팀의 정책기조는 한마디로 「시장에 신뢰감을 주는」 정책. 가장 인기없는 정책인 재정지출의 축소를 고집하면서 예산흑자를 이뤄냈다. 이를 통해 시장금리를 5%대로 끌어내린 것은 루빈_서머스 팀의 가장 큰 공적으로 꼽힌다. 인위적인 금리인하가 아닌,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시장에 심어주는 식의 정책기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한 달러」 정책도 마찬가지다. 미국 상품의 경쟁력은 싼값에 물건을 파는 데서 나오는 게 아니라, 경쟁력있는 통화로 해외에서 활발한 투자를 하는 데서 나온다는 생각이다. 루빈의 재무장관 취임 직후 멕시코 페소화 위기의 영향으로 한때 79엔대까지 떨어졌던 달러화를 작년 금융위기의 와중에 147엔대까지 치솟도록 만든 것 역시 루빈_서머스팀의 공적이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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