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급락하면서 과거 경험했던 증시활황의 후유증을 경계하는 목소리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증시 주변여건의 동반성장을 앞지르는 주가상승으로 거품이 커져갔던 93년과 현재의 증시주변 여건은 양과 질 면에서 판이하게 다르다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1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종합주가지수를 기준으로 현재와 비슷한 시점은 93년 10월30일. 당시 주가는 750.72포인트로 대세상승국면의 중반을 달리고 있었다.
당시와 증시상황이 가장 다른 점은 주가상승의 「실탄」이라고 볼 수 있는 자금사정. 무엇보다 고객예탁금이 당시에 비해 3.5배 가까운 9조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하루 거래량은 3억주를 상회, 당시의 10배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 수탁기간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간접 주식투자자금이 대폭 늘어난 점도 주가의 급락을 막아주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식형 수익증권잔고는 93년말 현재 7조5,400억원에서 8일현재 20조원으로 늘어났다.
투신사 관계자들은 『전체 수익증권잔고에서 주식형이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 15.9%였지만 현재는 8.2%에 불과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식매입자금의 증가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장기금리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당시(12.6%)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수준이라는 점은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용융자잔고가 급감한 것은 투자자들의 행태도 질적으로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당시 신용융자잔고는 1조6,505억원에 달해 고객예탁금 2조5,831억원의 63%에 이르렀다. 너도나도 빚을 얻어 증시에 뛰어드는 투기심리가 극에 달했던 것이다.
하지만 4월말 현재 신용융자잔고는 6,251억원으로 고객예탁금의 7%에 불과한 상태다. 이는 증권사들이 신용융자 담보비율을 높이고 반대매매를 엄격히 시행한 탓도 있지만 투자자들이 그만큼 투기의 위험성을 인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증시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기업의 실적대비 주가수준을 나타내주는 상장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3년 15.8배였으나 지난달 말 현재는 12.8배로 여전히 주가가 상대적으로 실적에 비해 저평가된 상태다.
그러나 외국인의 투자비중이 거래대금기준으로 93년에는 2.45%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6.36%으로 크게 확대된 점은 「외풍」에 의해 국내 증시가 언제라도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한상범(韓尙範)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증시여건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탄탄한 상태이기 때문에 과열이나 증시붕락을 염려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김준형기자 navid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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