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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피아의 해체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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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모피아의 해체선언

입력
199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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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아는 막강했다. 모피아는 과거 재무부의 영문 이니셜인 MOF와 마피아를 합성한 말로 재무부의 권한집중과 집단이기주의를 공격하기 위해 주변에서 만든 용어다. 그리고 그 용어는 재무부 사람들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 건국이후 50번째의 정부조직 개편으로 재경부는 본류업무인 금융을 대부분 내놓았고 예산권도 빼앗겼다. 사실상 모피아는 해체되는 국면을 맞고 있다.■모피아 사람들은 요즘 『재무부 출신이라는게 큰 핸디캡이 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촉망받던 중견 재무관리들이 민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주변의 시선이 따가워 일할 의욕을 상실했다』고 말한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스스로 「이제는 3류 부처」라고 자조하는 소리가 들린다. 애초에 모피아란 명칭을 주변에서 떠안겼던 것이니 무슨 결단식도 없었고, 물론 해체선언 같은 것도 있을 리 없다. 다만 몇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모피아의 몰락은 자기변신에 실패한 탓이다.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방어하는데도 실패했다. 사실 모피아만 산하기관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지는 않았다. 경제기획원(EPB),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한국은행등 다른 곳도 이목을 끌지 않았을 뿐 더 실속있게 낙하산 인사를 감행해 왔다. 그러나 유독 모피아만 집중 공략을 당하는데도 이에 대한 대응이 안이했다. 주변의 연합 공격을 탓할 게 아니라 스스로 적극 변해가는 모습을 제시했어야 했다.

■특히 모피아는 EPB출신들과의 승부에서 패배했다. 모피아가 밀리기 시작한 게 5년전쯤부터다. 그 때부터 최고권력의 주변에 EPB출신들이 포진했고 모피아는 접근이 차단됐다. 심지어 청와대 경제비서관실 회의에서 『저기 재무부 스파이가 있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농담반 진담반이지만 모피아는 청와대에서 「왕따」가 됐던 셈이다. EPB출신들은 기획예산처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해체이후 모피아의 「정책적 치밀성」을 누군가 대신할 수 있을는지 주목된다. /홍선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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