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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손상막기] 요즘 동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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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손상막기] 요즘 동강은...

입력
1999.05.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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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동강은 한껏 불어난 강물, 초록빛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숲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댐 건설 예정지인 강원 영월군 영월읍 거운리에는 동강의 진주 어라연의 절경을 보기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있다.

영월군에 따르면 어라연 주변에만 휴일 7,000∼8,000명의 인파가 모여든다. 이로인해 어라연 입구인 섭새강변뿐 아니라 영월읍까지도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늘어진다.

휴일이면 강은 온통 래프팅 보트로 뒤덮힌다. 일부 레저업체는 휴일 1,000명 가까운 사람들이 래프팅을 하겠다며 몰려와 소화를 못할 정도다.

그러나 이로인해 동강은 벌써부터 중병을 앓고있다. 강원 정선군 신동읍 운치리, 덕천리 강변 자갈톱에는 4륜 구동형 차량이 헤집고 다닌다. 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두꺼비바위에서도 고기를 구워먹는 사람들때문에 하얀 연기가 피어 오른다. 관광객을 겨냥, 어라연까지 가스통을 짊어지고 들어가 장사를 하려다 제지당한 사람도 있었다. 동강변의 야생화도 뿌리째 뽑아가는 외지인들때문에 수난을 당하고있다. 영월군은 뒤늦게 5일부터 어라연의 차량 통행과 취사를 금지하고 있지만 완벽한 대책은 되지않고있다.

영월댐백지화 3개군(영월 정선 평창)투쟁위원회는 『앞으로 동강변 환경보전을 위해 위원회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한다.

주민들에게 밀려드는 관광객은 반가우면서도 미운 존재다. 장릉보리밥집을 운영하는 신용미할머니는 『영월에 음식점이 많이 늘어나 손님이 분산되긴 했어도 관광객이 늘면서 우리집에는 작년보다 30% 가량 손님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동강 중간 지점인 강원 평창군 미탄면 문희마을에도 인근 진탄나루터가 래프팅 출발지점으로 부각되면서 민박손님들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있다.

그러나 반대로 마음이 울적해지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정선군 정선읍 가수리의 한 주민은 『땡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고추를 심고있는데 고무보트를 탄채 고함을 지르며 강을 내려가는 젊은이들을 보면 속이 상한다』고 마음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주민은 『관광객이 늘면 읍내의 음식점이나 래프팅 업체 등은 재미를 보겠지만 동강변에서도 길이 특히 험한 오지에 사는 주민에게는 아무런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래프팅 보트가 많이 지나가는 곳은 그물을 쳐도 물고기가 잡히지 않아 어려움만 크다』고 말했다.

환경단체인 자연의 친구들 차준엽 대표는 『관광객들로 인해 얻은 엄청난 수익을 레프팅업체 등 일부가 독점만할 게 아니라, 댐 건설 예정지에 산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해온 수몰지역 주민에게 일부라도 환원하는 식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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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계 손상막기] "동강 벌꿀통방식으로 보전하자"

동강에 너무 많은 방문객이 몰리면서 적극적인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댐 건설을 둘러싼 뜨거운 논쟁이 결과적으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가져오면서 관광객이 쇄도, 천혜의 비경이 급속히 손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자칫 잘못하면 댐이 아니라 인파때문에 동강이 동강날 수 있다』며 우려하지만 아직까지는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못하고있다. 영월댐백지화 3개군(영월 정선 평창)투쟁위원회 명노영 부위원장은 『그동안 댐 백지화에 주력하다보니 동강 보전대책 마련에는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며 보전에 대한 준비 부족을 시인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생태계는 지키면서도 사람들이 동강의 자연 환경은 충분히 만끽할 수 있도록 하는 장기적 보전·개발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엄서호 경기대 관광학부 교수는 『동강은 기존 관광지처럼 개발 일변도가 아니라 자연생태계를 최대한 보전하는 방식으로 개발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선 동강 주변에는 벌꿀통 개발 방식을 적용해야한다고 말한다. 벌꿀통 개발이란 외지의 관광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숙박·편의시설은 영월읍 정선읍 등 도시지역에 설치하고 대신 동강변에서는 자연친화적 활동만 허용, 환경 오염을 막는 방식이다. 이 경우 탐방객들은 셔틀버스나 자전거 등을 이용, 동강에 접근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동강 관광사업의 주체는 외부인이 아니라 지역 주민이 돼야한다는 것이다. 동강은 자연보전위주의 생태관광지로 개발되기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많은 돈이 없어도 관광사업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엄교수의 주장이다. 이 경우 주민들은 동강변에 민박집 등을 운영하거나 현지 생태계, 문화, 역사, 주민의 삶 등에 대한 안내자 또는 래프팅 가이드 등으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게 엄교수의 지적이다. 트렉코리아 이승건(李承健)대표도 『생태 관광지는 지역 주민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동강변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현지 생태계 훼손 감시활동과 시설 관리 등을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적 가치에 따라 방문자의 출입 빈도를 차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방문자의 출입을 일절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 보전지역, 생태적 수용 한도 안에서만 허용하는 보전지역, 캠핑 래프팅 트래킹 등 자연친화적 레저활동만 할 수 있는 생태관광지역, 주차장 안내소 등 약간의 편의시설만 허용하는 제한이용지역 등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국립공원 지정은 주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데다, 기존 국립공원지역이 환경을 보전하기보다는 오히려 개발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이와 관련, 이승건대표는 『동강변의 사람 출입을 제한함으로써 자연이 회복·재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이런 주장과 달리 환경부나 강원도 등은 『댐을 지을지 말지를 아직 공식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구체적인 관리 대책을 세우기가 어렵다』고 난감해하고 있다.

이에대해 이승건대표는 『행정 당국이 동강의 생태적 가치뿐 아니라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빨리 인식, 종합 마스터플랜을 짜야하며 설사 나중에 댐이 건설된다한들 그대까지라도 동강을 완벽하게 보전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엄서호교수도 『댐을 짓지 않기로 결정한 그 순간부터 투기꾼들이 극성을 부릴 것이기 때문에 대책은 미리 세워둬야한다』고 밝혔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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