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5%…」 5대슈퍼재벌 총수들이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상장사 기준)평균 지분이다. 구본무(具本茂)LG회장의 계열사(6개 상장사)지분은 0.22%에 불과하다. 지분만으로는 결코 대주주가 아니다. 그룹경영을 좌지우지할만한 권한도 없다. 그러나 이들은 여전히 수십개 계열사를 시녀로 거느린 「황제」다. 친인척 등의 우호지분을 넉넉하게 확보하고 있을 뿐 아니라 계열사가 계열사를 지배하는 관행은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각 그룹의 개혁을 압박하면서 총수들을 그룹의 「단독대표」로 공식인정했고, 이 때문에 「황제경영」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전보다 더욱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바뀌지 않은 재벌식 경영 IMF체제 이후 모든 것이 변했지만, 재벌식 내부경영시스템은 옛모습 그대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돼 온 재벌개혁은 부채비율 축소, 상호지급보증 해소, 빅딜 등을 통해 문어발식 경영에 제동을 걸고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돼 왔다. 재벌의 외형을 변화시키는 개혁은 일정부분 성공했다. 그러나 공룡식 경영과 공룡들의 경제장악을 가능케 하는 재벌의 내부시스템은 여전히 철옹성이다. 황제경영 뿐만이 아니다. 계열사를 하나로 묶고 공정경쟁을 가로막는 내부거래는 여전하고, 재벌시스템을 진두지휘해 온 각 그룹의 기획조정실은 구조조정본부로 간판만 바꿔 달았다. 내부거래는 재벌개혁이란 구호가 무색할 정도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해 7월과 11월(조사기간 97년4월~98년6월) 2차에 걸쳐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한 결과, 5대그룹의 적발건수는 무려 119건에 이르며 규모는 5조5,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등 5개사가 삼성물산·삼성중공업 연수원을 임차하면서 고액의 보증금·임대료 지불. SK건설 등 6개사가 자본잠식상태이던 SK증권 유상증자시 투자유인이 없는데도 적극 참여」 주주들을 비웃으며 공존공생(共存共生)을 위해 계열사에 돈을 쏟아붓는 행태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셈이다.
재벌식 경영을 견제할 방도가 없다 슈퍼재벌들이 몸집줄이기에 아예 무관심한 것은 물론 아니다. IMF체제 이후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가(分家)와 분사(分社)가 잇따랐다. 그러나 분가는 또 다른 방식의 문어발식 확장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현대는 지난 해 친족재벌인 한라그룹을 부당지원하다 적발됐다. 공정위는 계열사간은 물론 모(母)재벌과 위성재벌간의 부당내부거래 단서를 잡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재벌은 얼굴만 성형수술한 공룡군단으로 건재한데도 이를 견제하고 대항할 수 있는 시스템과 파워는 옹색하기만 하다. 재벌식관행에 도전했던 소액주주들의 저항은 「바위에 달걀 던지기」로 막을 내렸고, 재벌경영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사외이사와 사외감사제도 눈에 띄는 성공사례가 없다. 정부도 재벌의 외형적인 개혁을 촉구하고 있지만 내부시스템은 고유영역으로 용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그룹의 매출액이 정부의 1년 예산을 넘어서면 그 그룹은 제어할 수 없다』 현대와 삼성은 이미 정부예산(99년 85조원)을 추월했다. ㈜대한민국을 재벌공화국에 편입시킬 것인가, 엄정한 독립을 유지할 것인가. 국민적인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영기자 dy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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