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보증」이 그동안 만들어낸 풍경들은 일그러져 있다. 가족의 정 때문에 보증을 섰다가 재산을 날리고 가족관계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이 많고, 친구 빚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돈과 친구를 한꺼번에 잃고 아내의 원망을 듣는 직장인도 있다.이웃집 보증을 섰다가 겨우 먹고살던 농토를 통째로 압류당한 딱한 농민들도 많다. 주위의 아는 사람들이 연대보증을 서준 덕분에 일이 잘 풀린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대개는 크게 낭패를 보고 끝난다는 것이 연대보증의 이미지다.
이렇게 남의 연대보증을 받아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돈이 지난해 말 현재 67조원이라니 어마어마한 규모다. 금융기관들은 대출금을 떼이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로 연대보증을 무조건 받아놓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연대보증규모가 커지고, 따라서 연대보증의 폐해도 덩달아 확대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은행연합회가 7월께부터 연대보증을 금지하려고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연대보증을 전면 금지하면 자기신용이 없는 서민들의 경우 은행에서 한푼도 빌릴 수 없는 사태가 생긴다. 그래서 생계·비상용 소액대출에 대해서는 연대보증제를 남겨둘 계획이라고 한다. 아직 기준이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1,000만원이상 대출에만 연대보증이 금지될 전망이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대보증 금지가 일시적으로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연대보증이 금지되면 차마 거절을 못한 채 불안해하면서 남의 보증을 서준다거나, 또 대출받을 때 주변 사람에게 보증을 서달라고 어렵게 부탁할 일이 사라진다. 떳떳하게 자기보증만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반면에 은행에서 대출받기가 종전보다 더 어려워지고 액수도 줄어들 공산이 크다. 각 개인의 신용만을 평가해서 산출된 대출가능 금액까지만 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연대보증제는 금융기관의 편익을 위한 제도다. 금융기관들은 연대보증이라는 안전장치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무조건 부동산 담보를 설정하거나 신용대출한도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연대보증의 금지가 개인이나 기업에 대한 대출 위축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각별히 감독해야 한다. 일본은 500만엔까지 연대보증을 허용하고 있으나, 그밖에는 연대보증제를 시행하는 나라가 없다.
우리만의 구식 금융관행을 이제서야 부분금지하는 것은 환영할 만하지만, 그것이 대출을 위축시켜 소비자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첨단 신용평가기법 등을 갖춰 연대보증으로부터 진정 해방돼야 할 쪽은 고객이 아니라 금융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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