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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O양'의 인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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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O양'의 인권은?

입력
1999.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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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집 사는 여자는 꽤 미인이다. 사회활동이 활발해서 구의회 의원을 지냈고 아파트 부녀회장도 했다. 그런데 그 집 부부 취미가 좀 유별나다. 부부관계 장면을 비디오로 촬영해 두고 가끔 다시 보며 즐긴다.한데 사건이 터졌다. 집에 두었던 비디오가 영문도 모르게 유통되어서 아파트 단지에서 안 본 사람이 없게 됐다. 여자는 부끄러웠다. 문 밖에만 나서면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훑어보는 느낌이 화들짝 든다. 그렇다고 그가 아파트 앞 광장에 나와서 『(이런 비디오 찍어서)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까? 만약 그녀가 집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으면 억지로 끌어내 그렇게 말하도록 시켜야 할까?

한 연예인의 섹스비디오 파문이 식지 않고 있다. 사람들은 비디오를 돌려 보며 쾌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비디오 못 본 사람들은 이제 이야기에 끼지도 못한다. 사람들은 미혼인 여자가 스무 살도 안되어 남자와 성관계를 갖고 그것을 비디오에 담아두었다고 개탄한다. 막상 자신들은 관음(觀淫)하면서.

언론도 대단하다. 비디오가 화제라는 것을 전하는 것으로 모자라 미국에 「숨어있는」 사람을 끝까지 추적해 『내가 잘못했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방송은 인터뷰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진행자들은 「참 안된 일이지만 잘못했지」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언론의 광기(狂氣)다. 대중의 천박한 관심을 「국민의 알 권리」로 포장하는 억지다. 관음의 문화와 낡아빠진 성윤리와 언론 때문에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지고 있다. 연예인은 공인인가, 아닌가라는 논란을 접어두고라도 이 나라에 도대체 인권이 있는가? 그 많던 페미니스트들은 또 다 어디로 갔는지?

김범수문화부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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