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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재벌시대] 이젠 문어발 아닌 '공룡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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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재벌시대] 이젠 문어발 아닌 '공룡발'

입력
1999.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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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아자동차인수, 한국중공업을 둘러싼 삼성과 현대의 각축전, LG의 데이콤에 이은 대한생명 인수시도, 5대 재벌의 증시장악….5대 재벌의 영토확장에 불이 붙었다. 정부 금융기관과 함께 「환란(換亂)의 3대 주역중 하나」라는 비난도 잠시, IMF원년 개혁의 소용돌이속에 움츠렸던 재벌들은 경기호전과 규제완화, 공기업민영화 대세에 편승해 다시 예의 「덩치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몸집줄이기, 문어발경영지양, 선단해체등 재벌개혁의 구호들이 무색할 정도다.

돈과 첨단의 무장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재벌의 「신(新)확장주의」는 IMF이전과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돈되는 곳이라면 업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뻗어나갔던 과거의 문어발경영과는 달리 최근의 팽창은 몇몇 알짜업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는 금융. 금융을 주력업종에서 제외한 재벌은 한군데도 없다. 증시는 이미 5대재벌의 안방이 돼 이들 계열 증권·투신사들은 수익증권열풍으로 6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긁어모았다. 또 활황장세는 5대 재벌에 10조원이 넘는 유상자금을 안겨주고 있다. 한 정부관리는 『정부당국자의 말 한마디보다 5대 재벌 증권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증시에 훨씬 큰 영향을 미친다. 증권당국은 이제 5대 재벌이지 더이상 재경부나 금감원이 아니다』고까지 말했다.

대한생명이 LG그룹으로 넘어간다면 90조원대의 생보시장도 사실상 5대 재벌의 손에 넘어간다. 은행을 제외한 전 금융이 5대재벌 시장화하는 셈이다.

재벌의 금융지배는 감독체계의 엄정성 여부를 떠나 매우 위험해 보인다. 선의의 국민자산이 특정기업 및 개인의 사(私)금고화하면서 언제라도 확장과 팽창의 돈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계인사는 『재벌 스스로 금융을 장악하는 한 채권은행이 무서울 이유는 없다. 「채권은행을 통한 구조조정」이라는 정부의 재벌개혁 틀 자체가 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 못지않게 정보통신도 점차 5대 재벌에 점령되고 있다. 데이콤-LG, 하나로통신-삼성 등을 비롯, 황금알을 낳는 정보통신 인터넷업종에 5대 재벌의 참여가 본격화하고 있다. 비록 중후장대형 장치산업은 아니더라도 제한된 시장에서 빅5, 혹은 빅3이 다툰다면 이 역시 경제위기를 불러왔던 과(過)·오(誤)투자임에 틀림없다.

한국중공업 가스공사 등 알짜 공기업들도 재벌의 몫이다. 지분제한이 풀릴 포철을 놓고 재벌간 물밑싸움이 한창이다. 앉아서 돈을 버는 거대독점산업인 공기업 민영화는 재벌에 또한차례 확장기회를 주는 셈이다.

커지는 경제장악력 30대 재벌의 연간매출액은 이미 국내총생산(GDP)을 능가했다. 현대(94조원)와 삼성(98조원)의 매출액은 우리나라 1년 예산(85조원)을 훨씬 앞지르고 있다.

금년중 총 독과점사업품목 129개 중에 58개에 5대 재벌이 참여하고 있다. 구조조정이란 말이 무색하게 5대 재벌의 독과점비율은 지난해 39.8%에서 올해 45%로 높아졌다. 빅딜을 통해 자동차 전자 반도체등 한국경제를 끌고가는 핵심업종들은 모두 5대 재벌의 과점체제로 바뀌었다.

과거에는 실물산업만을 지배했던 재벌. 이젠 한국경제의 장래가 달린 금융과 첨단산업까지 장악, 결국 경제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경제력집중과 시장지배력 강화가 재벌구조조정이 의도한 결과가 아니라면 분명 정책적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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