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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태백산, 꽃망울 터질듯…철쭉바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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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태백산, 꽃망울 터질듯…철쭉바다 열린다

입력
1999.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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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은 저마다의 향취를 지니고 있다. 꽃냄새, 나무냄새, 물냄새, 돌냄새…. 고원지대인 강원 태백시를 굽어보는 태백산(太白山·1,560m)에서 나는 냄새는 은은한 제향(祭香)이다.이 곳에는 민족의 시조인 단군의 영정을 모신 성전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천제단이 있다. 그래서 태백산은 우리 토착신앙의 성지로 통한다. 곳곳에 당집이 있고 평일에는 등산객보다 무속인이나 백발노인을 흔히 볼 수 있다.

태백산의 상징은 역시 천제단. 민족혼과 하늘의 기운을 맞닿게 하기 위해 높은 산 꼭대기에 돌을 쌓아 단을 만들었다. 88서울올림픽의 성화를 채화한 곳이며 매년 개천절(10월3일)에는 성대한 제사가 열린다.

천제단 못지 않은 곳이 태백산 연봉의 하나인 문수봉(1,517m)이다. 문수봉의 정상은 커다란 바위로 뒤덮여 있다. 멀리서 보면 흰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태백」이란 산이름이 생겼다고 전해진다. 사람들이 이 돌로 높은 탑을 지어 놓았다. 산정상의 세찬 바람 속에서 돌탑과 마주치는 기분이 묘하다.

태백산 자락에는 모두 다섯 곳의 절이 있다. 산중턱의 유일사와 정상 바로 아래 자리잡은 망경사가 유명하다. 유일사는 깊은 계곡을 비집고 터를 잡았다. 물건을 삭도로 운반할 정도로 주변의 절벽이 험하다.

등산로에서 내려다 보는 맛이 운치가 있다. 망경사는 천제단에서 500m 거리에 있다. 지난해 폭우로 많이 부서졌지만 이제 복구가 마무리됐다. 망경사에는 한반도 10대 샘물의 하나로 꼽히는 용정(龍井)이 있다. 땅속으로 바다 용왕과 연결된다는 샘이다.

태백산의 제1경은 설경이다. 그러나 악천후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다음이 이맘때이다.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철쭉이 핀다. 유일사에서 천제단으로 오르는 길에서 흐드러진 철쭉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23일부터 30일까지 철쭉제가 열린다.

◆등반로

태백시의 고도는 800여m. 태백산 정상까지 700여m만 오르면 된다. 유일사입구, 당골광장, 백단사입구등 세 곳이 출발점이다. 중턱에서 길이 갈리거나 만나기 때문에 다양하게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유일사_장군봉_천제단_망경사_문수봉_당골광장(약11㎞·5~6시간)

태백산의 명소를 모두 도는 대표적인 코스. 유일사까지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넓은 길이고 이후 험한 비탈이 장군봉(1,567m)까지 이어진다. 망경사와 문수봉은 평탄한 길로 연결돼 있다.

문수봉과 당골광장을 잇는 길은 반재와 제당골을 거치는 두가지. 반재를 거쳐 당골계곡을 타면 시원한 계곡물을 볼 수 있지만 약 400m의 가파른 길이 숨을 턱턱 막는다.

백단사_반재_망경사_천제단(약4㎞·2시간~2시간30분), 백단사_반재_문수봉(약4.2㎞·2시간20분~3시간)

다소 매마른 등반로. 가파른 곳에는 중간중간에 통나무로 계단을 만들어 놓았는데 오히려 걷기가 불편하다. 반재의 갈림길에서 천제단이나 문수봉으로의 행로를 결정해야 한다.

/태백=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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