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소유의 대기업이 지배적인 우리나라에서 소유경영과 전문경영 중 어느 쪽이 더 좋으냐 하는 문제는 항상 논쟁의 대상이었지만, 최근 대한항공사태를 둘러싸고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구미 경제학계의 기업이론의 중심축을 이루는 소위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에 따르면, 전문경영인은 소유경영인과는 달리 기업의 성과에 따라 자신의 보수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이윤의 극대화보다는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게 된다고 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지배적 대주주가 있는 기업에서는 이러한 전문경영인의 사익추구에 제동을 걸 동기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지배적 대주주가 없는 기업에서는 그러한 제동이 없기 때문에 전문경영인들은 불필요한 사세확장, 불요불급한 이사진의 고용, 사옥이나 사무실 등 근무환경의 불필요한 사치화, 판공비 남용 등을 통해 자신의 사익을 최대한 추구할 것이라 예측한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도입된 「스톡 옵션(Stock Option)」제도라는 것은 바로 위에서 언급한 「대리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경영인의 보수와 기업의 주가를 연동시킴으로써 전문경영인으로 하여금 주주의 시각에서 기업을 운영할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에서 80년대 영미계 국가들에서 개발된 제도이다.
일견 스톡 옵션제도는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그 실제 운용을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지적된 문제이지만, 경영평가 「벤치마킹(Benchmarking)」을 동급 기업과의 비교성과로 하지 않고 단순히 절대적 주가로 하는 경우, 경영이 전혀 개선되지 않아도 주식시장에 돈이 몰려 주가가 상승하면 스톡 옵션을 가진 전문경영자는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톡 옵션 제도를 만드는 사람들도 전문경영인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내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
65년에 미국 평균 노동자 봉급의 20배에 불과했던 미국 최고 경영자 봉급이 본격적으로 스톡 옵션제가 도입된 이후 급등하여 89년에는 56배, 97년에는 116배로 뛴 것이 그 좋은 증거이다.
그렇다면 전문경영보다는 소유경영이 더 좋은 것인가?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 대리인이론의 중요한 약점중 하나는 전문경영인이나 소유경영인이 경영 능력은 같고 부여된 동기만 다르다는 가정하에 그 이론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경영인이 기업이익에 앞서 어느 정도 사익을 추구한다고 해도 소유경영인보다 경영능력이 훨씬 뛰어나다면 소유경영 보다는 전문경영이 득이 많을 것이다.
대리인이론이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약점은 인간행동이 전적으로 이기심에 의해 좌우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이기심이 인간행동 전반, 그리고 특히 경제행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동기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실제 인간 행동을 보면 조직에 대한 충성심, 사회적 책임감, 직장 동료와의 유대감(solidarity),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vicariousness) 등 비이기적 동기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인간이 완전히 이기심으로만 움직이는 존재라고 하는 대리인이론의 전제를 따른다면, 2차대전 패전 후 일본재벌 해체 후에 자신들을 감시하는 지배주주도 없고 스톡 옵션도 없는 일본의 전문경영인들이 왜 봉급도 많이 받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일본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았는가를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2차대전 후 일본기업들의 성공은 전문경영인들이 자신들의 회사, 그 관련 업체들, 회사가 위치한 지역사회, 그리고 나아가서는 국민경제를 하나의 「공동체(community)」로 보고 그 공동체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감을 가지고 경영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본다면, 결국 소유경영이 좋으냐 전문경영이 좋으냐 하는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어느 제도를 택하던지 문제점이 있고 남용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제도를 택하건 간에 그 남용을 막으며,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제도와 관행을 확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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