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총재 예우론한나라당에서 「총재 예우론」이 처음 제기된 것은 신경식(辛卿植)사무총장을 통해서였다. 신총장은 이총재의 송파갑 출마가 사실상 확정된 9일 기자들에게 『과거에도 당수가 출마하면 상대방 당에서 후보를 내지 않거나 일부러 약한 후보를 냈다』고 말했다. 신총장의 언급은 여당후보사퇴 보다는 예상되는 여권의 이총재 흠집내기에 대한 보호막 치기에 무게가 실려 있었다.
당내에서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김윤환(金潤煥)전부총재의 여권 고위인사 접촉 과정에서였다. 김전부총재는 10일 이총재의 출마의사 전화를 받은 뒤 여권 요로에 『큰 정치를 위해 무투표 당선이 바람직하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이총재는 자신이 무혈입성을 바라는 것처럼 비춰지자 12일 『여당후보 사퇴론이 더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쐐기를 박았다.
◇김빼기론
김빼기론은 짧게는 이번 재선, 길게는 내년 총선까지를 염두에 둔 주장이다. 우선 한나라당이 시도하고 있는 「이회창바람」을 조기에 차단하려면 송파갑 선거 자체를 무산시킴으로써 김을 빼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인천 계양 강화갑 재선거도 쉽게 몰아갈 수 있다는 것.
서울의 한 의원은 『송파갑 선거가 빈사상태나 다름없는 수도권 한나라당 조직의 기를 살려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김빼기」필요성을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선거를 당 및 정국 주도권 장악의 호기로 삼으려는 이총재의 전략에 여권이 괜히 말려들 필요가 없다』며 「김빼기」를 여권의 맞대응카드로 제시하고 있다.
◇자민련 발끈
자민련은 야당 일각에서 「서울 송파갑 여당후보 무공천론」을 흘린데 대해 『여당 후보를 흔들기 위한 치고빠지기식 음해』라며 발끈했다.
박태준(朴泰俊)총재는 12일 당무회의에서 『김희완(金熙完)후보를 강력히 밀고 나가면 틀림없이 승리할 수 있다』며 무공천론을 일축했다. 김현욱(金顯煜)총장은 기자간담회를 갖고 『후보사퇴는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임기 1년의 의원이 되겠다고 당총재가 출마하는 것이야말로 상식을 벗어난 일』이라고 반격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성명에서 『야당총재 지위를 선거에 이용하려는 일체의 음모를 중단하라』고 쏘아붙였다. 자민련은 또 여당후보 사퇴설을 제기한 한나라당 김윤환(金潤煥)의원을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하지만 충청권의 일부 내각제 강경파들은 『당선 가능성이 적은 김후보 지원을 위해 전력투구를 해서 괜히 한나라당과 정면충돌할 필요가 있느냐』며 소극적 입장을 견지했다. 이들은 내각제 추진을 위한 한나라당과의 연대론이 물건너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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