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은 이렇게 어렵다8일 첫 방송된 KBS 2TV 주말 연속극 「유정」. 제작진은 2월 초 드라마 기획에 들어가면서 노주현의 딸 장희주 역에 이영애를 캐스팅하려 했다. 하지만 이영애의 고사로 김남주로 교체됐다. 그런데 드라마 촬영 하루 전 김남주는 일신상의 이유로 돌연 「유정」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통고했다. 부랴부랴 재캐스팅한 사람이 바로 지금 드라마에 나오는 영화 「쉬리」의 김윤진. 캐스팅은 이처럼 어렵다. 방송가에선 캐스팅이 결정되면 드라마의 반은 진행됐다고 말한다.
어떻게 캐스팅하고 누가 결정하는가?
캐스팅 작업은 드라마가 기획되면서 바로 시작된다. 우선 연출을 담당할 PD가 역에 맡는 1차 캐스팅을 한다. 이어 PD가 작가와 CP(책임PD), 드라마국장과 함께 회의를 거쳐 최종 결정하고 섭외에 들어간다. 물론 담당 PD가 캐스팅에 주요한 역할을 한다. 보통 캐스팅 결정을 비율로 따지면 정도 차이는 있지만 담당 PD가 70%, CP 및 드라마국장이 20%, 작가가 10%의 몫을 행사한다고 한다. 윤흥식 KBS드라마 주간은 『예전에는 중역진에서 추천하는 연기자가 있어 기용하기도 했지만 요즘에는 담당 PD가 거절하면 쓸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예외는 있다. 일부 영향력 있는 작가는 캐스팅에 입김을 넣기도 한다. PD와 작가의 캐스팅이 일치하면 문제는 없지만 그렇지 않으면 드라마국장, CP들이 모여 절충을 벌인다.
그러나 캐스팅이 결정됐다고 모두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바쁜 연기자들이 스케줄, 출연료 등을 고려해 출연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 현재 TV 방송 3사가 방송중이거나 제작중에 있는 드라마만 50여개에 이르지만 탤런트 수는 한정 돼 있다. 또한 탤런트들이 요즘 힘든 드라마보다 영화쪽을 선호, 충무로로 진출해 더욱 그렇다.
캐스팅 기준은 무엇인가?
PD마다 다르다. 하지만 요즘에는 시청자의 눈길을 끄는 스타성이 제일의 기준이다. 일일극의 정보석 김지수 최수종 채시라, 주말극의 최진실 이영애 김희선 등이 이에 해당되는 경우.
다음은 연기력. 장수봉 성준기 이영희PD는 스타성보다 연기력을 캐스팅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친다. 이 때문에 장수봉PD는 고두심 박근형을, 이영희PD는 나문희 김무생, 성준기PD는 원미경 권기선을 드라마에 자주 캐스팅한다.
이밖에 연기자의 성실성, 대인관계, 출연료 등도 기준이 된다. 아무리 연기력이 뛰어나고 스타성이 있어도 방송 펑크를 일삼는 연기자는 주요 배역을 맡을 수 없다는 게 방송가 불문률.
스카웃도 있다
SBS 「은실이」의 성동일, KBS 「종이학」의 명세빈은 공채를 거친 탤런트 출신이 아닌데도 주요 배역을 맡은 이유는 뭘까? PD들은 드라마 뿐만 아니라 연극 영화를 보면서 자신이 연출할 드라마에 적격이다 싶으면 캐스팅 한다. 성동일은 연극에서, 명세빈은 영화에서 캐스팅됐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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