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고질적 병폐인 공조미비와 늑장출동, 안일한 대처가 최악의 방송사고를 초래했지만 만민중앙교회를 관할하는 남부경찰서, MBC를 담당하는 영등포경찰서, 총괄 지휘를 책임진 서울경찰청이 면피로 일관해 빈축을 사고있다. 서울 구로구 만민중앙교회에서 부흥회를 가진 신도들이 MBC정문 앞에 모이기 시작한 것은 PD수첩 방영 시작 15분전인 11일 오후 10시55분께. 당시 정문에는 청원경찰 5∼6명뿐이었다. 이어 11시6분께 50여명이 몰려왔고 순식간에 300여명으로 늘어나 이중 일부가 11시15분께 곧바로 2층 주조종실과 4층 교양제작국 등으로 난입했다.MBC 경비실 직원들이 영등포경찰서에 전화신고한 때는 신도들이 처음 몰려들기 시작한 오후 10시55분께. 그러나 경찰은 25분후인 11시20분께야 기동타격대와 형사기동대, 112순찰차 등 25명만을 출동시켰다. 이어 허겁지겁 현장에 도착한 경찰서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정식 경비요청을 했고 최종적으로 신고 후 1시간45분이나 지난 12일 0시40분께야 27개중대 3,000여명이 동원돼 사태 수습에 나섰다.
결국 3주전부터 이 프로그램 예고 방송이 나간데다 이날 신도들의 부흥회, 법원의 방영허락 등 시위가 예상됐는데도 경찰은 사전정보 수집에 실패했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찰력도 배치하지 않은 우를 범한 것이다.
또 남부경찰서는 영등포경찰서에 교회의 동향을 알려주지 않은 채 『「항의시위가 있을 것 같다」고 서울경찰청에 보고를 했기 때문에 조치가 있을 것으로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곧바로 시위가 벌어질 것으로 판단하지 않았으며 남부서 등에서 전혀 연락이 오지 않아 대처가 늦었다』고 강변했다. 예상 시위에 대한 사전 보고를 받은 서울 경찰청도 『연락을 했는데 경비쪽에서 인력을 배치하지 않았다』『정보쪽에서 연락을 하지 않아 경찰을 배치하지 않았다』고 책임을 비켜갔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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