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한나라당 부대변인정치는 선택이다. 그래서 고통스럽다. 어느 것이 옳은지가 늘 모호하기 때문이다. 40여년을 겨우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어려웠던 선택은 고인이 된 제정구(諸廷坵)의원이 나에게 일러준 「선택의 기준」이라는 화두때문에 내린 결정이었다.
재야운동과 정치투신, 숱한 선거에서의 승리와 패배를 함께 맛보았던 지난 20년동안 제선배가 내게 끼친 영향은 지대했다.
나에게 가장 어렵고 고통스러웠던 선택의 순간은 95년 민주당 분당(分黨)당시였다. 6·27지방자치선거 승리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에게 닥친 분당 강요의 현실은 냉혹하기만 했다. 개혁을 내걸고 투신했던 20여명의 재야출신들은 현실과 명분간의 갈등 속에서 밤세워 토론과 설전을 거듭했다.
그때 이미 제선배는 신당창당을 서두르던 김대중(金大中)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의미없는 재선, 삼선이 되기보다는 초선으로 장렬히 전사하겠다』는 말을 던져 놓고 있었다.
그 날 밤 제선배가 던진 화두역시 그런 것이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선택은 숱하게 닥치기 마련이다. 모든 사람이 그 하나하나의 선택을 어렵게 내린다. 그러나 어렵게 내린 선택이라고 해서 나중에 반드시 옳았던 것도 아니고, 옳은 선택이었을지라도 결과가 다 자기 몫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문제는 선택의 기준이다. 적어도 나이 40까지는 대의명분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 내 인생경험이 가르쳐준 결론이다. 그 이후에 가서 현실을 따른다 하더라도 굳이 탓할 생각은 없다』
바로 그 말에 나는 둔기로 머리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나이 40이 채 안된 나는 내심 현실적 대가가 보장된 것이라면 대세에 편승할 용의를 충분히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그 선택 결과의 연장선상에 있다. 또 선택의 기준도 지키려 하고 있다. 그것이 몹시 힘겨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명분을 지킨다는 것이 어찌 40대만의 객기이랴. 그렇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결국 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무게중심으로 자리잡는 법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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