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을 향한 계속된 채찍에도 불구, 국민경제에서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국내 총산출액에 대한 5대 재벌의 매출액비율은 지난해 30%를 넘어섰고 정부와 개인 기업이 떠안고 있는 총부채 가운데 5대 재벌의 빚 비중도 20%를 돌파했다. 대규모사업교환(빅딜)과 자산매각, 계열사 통폐합등 구조조정작업은 진행되고 있지만 실상 재벌의 몸집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으며 경제장악력과 시장지배력도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11일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 대우 삼성 LG SK 등 5대 재벌의 전체 매출액은 479조원으로 정부와 기업, 개인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1년간 국내에서 만들어낸 산출총액(1,072조원)에서 33.4%를 차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른 경기악화와 재벌구조조정에도 불구, 매출액비중은 97년(29.8%)보다 오히려 3.6%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총산출액에 대한 30대 재벌의 매출액비율도 97년 42.6%에서 지난해에는 44.7%로 높아졌다.
부채비중도 마찬가지다. 작년말 5대 재벌의 총부채는 234조5,000억원으로 정부·기업·개인이 안고 있는 전체부채(1,115조5,000억원)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IMF이전인 97년(19.6%)보다 빚의 규모도 늘어나고 비중도 커진 것이다. 30대 재벌의 부채비중 역시 31.6%에서 32.9%로 증가했다.
이같은 현상은 국민경제의 재벌의존도와 경제력집중, 시장지배력이 계속 커지고 있음을 뜻한다. 5대 재벌을 중심으로 한 빅딜, 부채비율감축, 자산매각등 다양한 구조조정정책이 추진되어 왔고, 실제 가시적 결과도 나타나고는 있지만 한편으론 금융 및 첨단정보통신산업을 중심으로 한 거듭된 확장과 증시활황을 이용한 금융자금 독식현상이 빚어지면서 결과적으로 재벌의 경제장악력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제력집중해소를 위한 구조조정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또다른 경제력집중문제가 야기되고 있음을 감안할 때 산업정책 및 재벌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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