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조작으로 형질전환된 흑염소에서 고가의 암치료보조제(G_CSF)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욱준(兪昱濬·48·생물과학과)교수는 11일 『2일 첫 새끼를 출산한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의 젖을 약효검색한 결과 백혈구증식인자(G_CSF)가 ℓ당 0.1g 분비되는 것을 확인, 상용화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연구팀은 이에 따라 메디의 복제를 병행, 백혈구증식인자 양산체제를 준비중이며 2001년초 임상실험에 착수, 2003년께 의약품으로 상용화할 예정이다.
백혈구를 증식시키는 인체 단백질인 G_CSF는 암치료때 치료보조제로 쓰이는 약제로 1g에 9억원이나 하는 고가 의약품이다. 메디는 1년에 2~5g의 G_CSF를 분비해 낼 수 있는데 워낙 수요량이 적어 메디같은 흑염소 10마리만 있어도 국내 수요를 충당하고 남을 정도다. G_CSF의 세계시장은 14억달러, 국내시장도 150억원에 이른다.
지금까지 국내 의약계는 대장균에서 생산한 G_CSF를 수입해 쓰고 있는데 1회 주사량(0.4㎎)에 26만원이 든다. 약품화를 맡은 한미약품 중앙연구소 이관순(李寬淳)소장은 『현재 수입가격의 5분의1로 가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살아있는 메디에서 생산된 G_CSF는 대장균에서 생산된 수입 G_CSF보다 생체 안에서 기능을 내는 활성이 높아 기존의 G_CSF를 전면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젖에서 백혈구증식인자를 생산하도록 하는 유전자조작을 통해 지난해 4월 출생한 메디는 과기부 G7프로젝트의 하나로 KAIST 생명공학연구소 충남대 한미약품이 공동으로 94년부터 총 18억원의 연구비를 투입했다. 흑염소는 한국 재래종이어서 특허분쟁을 피해갈 수 있고 임신기간이 5개월로 짧은 장점을 갖고 있다. 유욱준교수는 『이 생산시스템을 그대로 적용시켜 다른 고부가가치 단백질의약품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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