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동물에서 고부가가치 의약품을 만들어라」.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11일 형질전환 동물을 이용해 고가의 암치료보조제로 사용되는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것은 국내 생명공학의 기술진보를 확인시켜주는 쾌거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이를 계기로 국내 생명공학이 본격적인 실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생명공학을 이용한 약품개발이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인체단백질 생산기술 경쟁
이번 백혈구 증식인자처럼 사람에게 질병치료제로 쓰일 인체단백질을 생산하는 기술은 세계 의약계의 핫이슈다. 영국 제약회사 PPL이 암치료제 알파 안티트립신을 젖으로 분비하는 면양, 미국 젠자임 트랜스제닉사가 혈전치료제 앤티 트롬빈을 분비하는 염소를 임상실험중이다.
이밖에 의약품을 젖으로 분비하는 돼지 토끼 소등을 개발·임상실험중이다. 국내에선 락토페린을 분비하는 소와 백혈구 증식인자를 분비하는 염소가 개발돼 임상실험에 들어갔다. 누가 먼저 상용화하느냐를 놓고 치열한 경쟁에 돌입한 것이다.
중요 인체단백질의 전세계 시장규모는 연 300억달러(약 36조원). 빈혈치료제등으로 쓰이는 조혈단백질 EPO(연 26억달러·3조원), 간염치료에 쓰이는 인터페론(15억달러·1조8,000억원), 암치료보조제로 쓰이는 백혈구증식인자 G-CSP(14억달러·1조6,000억원), 당뇨 치료제인 인슐린(11억달러·1조3,000억원), 왜소증 치료제인 성장호르몬(8억달러·9,000억원)등이 주요한 고부가가치 의약품들이다.
◆동물을 이용한 생산방법의 중요성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한 생산방법은 왜 중요한가. 자연상태에서 이러한 단백질들은 사람에서만 생산된다. 사람의 세포 안 소기관의 하나인 리보좀이 바로 「생체 단백질 합성공장」.
DNA의 신호에 따라 필요한 때 단백질을 합성, 기능하도록 되어 있다. 살아있는 동물의 경우 인체 안에서 기능을 발휘하는 활성정도가 높고 비용도 일반 사육비밖에 들지 않아 상품성이 높다.
젖상태로 분비하기 때문에 정제과정도 단순하다. 연구자들은 기존의 생산방법인 미생물이나 동물세포를 이용한 것보다 가격이 10분의1~100분의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인체단백질을 만들려면 대장균같은 미생물이나 동물세포를 이용했다. 미생물이나 세포를 배지 속에 키우면서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는 인체 유전자를 삽입, 미생물·세포를 증식시켜 단백질을 추출해낸다.
대장균같은 미생물은 증식이 잘 돼 포도당등 몇가지만 넣어주면 쉽게 증식되지만 보다 복잡한 당단백질은 합성하지 못한다. 당단백질이란 단백질에 당(糖) 즉 탄수화물이 붙어 기능을 발휘하는 것.
생산기술이 한차원 높은 공장인 동물세포는 당단백질을 만들 수 있지만 동물 태아의 혈청을 양분으로 쓰는 만큼 「공장 유지비」가 많이 든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