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을 소장하고 싶다면 대신 프랑스가 갖고 있는 우리 문화재 직지심경을 돌려달라』97년 12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지하공간 카루셀 샤를르 5세 홀 성벽에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근대사를 주제로 강화도 마리산(마니산)을 형상화한 거대한 벽화를 설치했던 「일랑(一浪)」 이종상 서울대 미대 교수.
그는 박물관 측이 관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이 작품을 영구 소장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 직지심경(불조직지심체요절)을 대신 달라고 요구했다. 물론 루브르 박물관측은 이런 일은 자신들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그의 작품 소장을 포기했다.
그때 그 작품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일랑 이종상 한그림 40년 기획초대전」에서 일반에 공개되고 있다. 19일까지 가나아트센터.
제한된 전시장 공간 때문에 총길이 70m에 달했던 벽화 중 22㎙만 선보이고 있는 이 벽화는 앞에서 빛을 발하는 일반적 조명방법 대신 「뒷비침」기법을 이용한 것이 특징. 반투명 상태로 빛을 투과시키는 한지의 특성을 살린 조명방법.
이번 전시회엔 카루셀 벽화 외에 동유화 및 동유벽화 10여점, 장지벽화 닥종이그림 등 종이그림 20여점, 수묵산수와 문인화 20여점이 전시되고 있어 20대 이후, 회갑에 이르기까지 일랑이 걸어 온 화업 40년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동유화(銅釉畵)란 동판에 유약을 발라 불에 구워 작품을 완성하는 기법. 일랑이 개발한 독특한 회화기법으로,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탈색하거나 부식, 탈루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동유화를 여러장 연결한 것이 동유벽화. 화가보다는 뮤럴리스트(벽화가)로 불리우는 것을 더 즐기는 일랑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작품들이다.
/송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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