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남을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은 것으로 평이 나 있다. 그래선지 최근 김대통령은 MBC의 「칭찬합시다」 프로그램 출연자 및 제작팀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을 함께하며 격려까지 했다. 그 김대통령이 10일 전라북도 도정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유종근지사를 칭찬한 일이 정가에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김대통령은 도정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유지사가 탁월한 생각으로 도정살림을 잘 하고 있고 자치행정이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등 여러차례 유지사를 칭찬했다. 물론 김대통령의 칭찬이 다른 도와 달리 유별날 수도 있다. 유지사는 대통령 경제고문인데다, IMF 사태 극복을 위해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는 김대통령으로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날의 대통령 칭찬이 칭찬으로 끝나지 않고 미묘하게 파장을 그려 간다는데 있다. 당장 검찰과 법무부의 입장이 난처해 질 수가 있다. 유지사는 도둑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을 거부하고 사택을 폐쇄해버려 법무부 및 검찰쪽과 대립해온 터였다. 이로인해 유지사에 대한 여론도 악화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대통령의 말은 절대 가벼울 수가 없다. 말 하나하나에 상당한 무게가 실려있다. 그래선지 전직대통령들의 회고담중에는 『말을 조심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는 대목이 꼭 나온다. 국정 최고운영권자인 대통령의 말 자체가 공직자들에겐 지상명령으로 받아 들여지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때에 따라서는 이렇게 어려운 법이다. 대통령은 분명 도지사 유종근을 칭찬했는데, 사람들은 칭찬을 받은 유지사를 도둑사건과 연결시켜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이런 오늘의 현실을 새삼 새겨 볼 일이다. /이종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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