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방송사고 조짐은 오후 10시45분께 수십대의 관광버스 등을 나눠 탄 신도들이 30,40명씩 MBC주변에 모여들면서 감지되기 시작됐다. 5분뒤인 오후 10시50분께 경비요원이 이들의 움직임을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미 500여명의 신도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방송사옥으로 진입한 뒤였다. 이중 신도 수십 명은 2층 주조정실에 난입, 기술부 김모차장을 감금하고 최종송출전원장치를 차단하면서 방송 중단사태가 빚어졌다. 남산송출소측은 방송사고를 직감, 즉각 비상용 자연다큐멘터리 방송을 송출했고 이 과정에서 신도들이 방송기기를 마구 건드려 본방송 송출이 단속적으로 이루어졌다.○…신도들은 12일 자정께 PD수첩 방영이 중단된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주조정실 등에서 나왔으나 이날 새벽1시가 넘도록 1층 로비를 점거한 채 찬송가를 부르며 농성을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도 MBC건물 주변에 1,500여명의 신도들이 모여 한참동안 긴장이 계속됐다. 신도들은 수십대의 관광버스와 봉고차등을 타고 몰려 들었으며 방송내용의 왜곡등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이목사측에서 MBC직원으로 근무하는 신도들까지 동원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문화방송은 뒤늦게 밤 11시50분께 시작된 마감뉴스 시간에 앵커의 오프닝 멘트로 『오늘밤 11시20분쯤 PD수첩 프로그램이 방영되던 도중 프로그램 관련 교회신도 200여명이 방송사에 난입해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며 『시청자들의 양해를 바란다』며 처음으로 사고사실을 보도했다.
문화방송은 이어 12일 자정께 마감뉴스 막바지 순서에 『오늘밤 11시20분쯤 PD수첩 보도 내용 관련 신도 200여명이 주조정실을 점거해 방영중이던 프로가 중단됐었다』면서 『이들 신도들은 프로그램 내용이 근거없는 비난이라며 방송을 중단시켰다』고 소개했다. MBC는 또 『경찰이 신고를 받고도 30여분이 지난뒤 15명의 기동타격대만을 보내 신도들의 방송사 점거를 막지 못했다』며 경찰의 늑장대응을 비난했다. MBC는 이날 중단된 프로그램을 이르면 12일중 다시 방송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문화방송의 방송사고가 일어난 직후인 저녁 11시14분부터 수십분간 본사 편집국에는 경위를 궁금해 하는 독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한 독자는 『문화방송의 PD수첩 방송도중 화면이 끊기고 갑자기 동물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이냐』며 『이런 일이 과연 가능한 것이냐』며 황당해 했다.
이날 시청자들의 항의성 문의전화는 MBC뿐 아니라 KBS SBS등 다른 방송사와 신문사, 114 안내전화에도 쇄도해 정규 업무에 큰 지장을 초래할 정도였다.
○…한편 서울지법 남부지원 민사합의1부는 이날 만민중앙교회가 문화방송을 상대로 낸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에 대해 이목사의 성추문관련 부분은 방영하지말도록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목사의 도박관련 문제와 교회의 이단성 문제에 대해서는 집단적인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으므로 방영이 가능하나 이 목사의 성관련 부분을 보도할 경우 건당 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MBC측은 이날 방송분에 이목사의 성관련 부분 15분 분량을 편집과정에서 삭제했다고 밝혔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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