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15일)을 닷새 앞둔 10일 오전10시 서울시교육청 기자실에 한 초등학교 교장이 나타났다.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단 회장을 맡고 있는 최재선(崔載善)포이초등학교 교장이 내민 보도자료의 제목은 「스승의 날을 가정체험 학습일로…」였다. 스승의 날을 맞아 서울시내 529개 초등학교 교장들이 학교를 하루 쉬겠다는 내용의 결의문이었다.『스승의 날을 스승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실천하는 가정체험 학습일로 정해 모든 학교가 휴업하는 대신 옛 스승에게 편지를 쓰거나 직접 찾아보도록 지도하겠습니다』 휴업에 따른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 여름방학 기간을 하루 단축하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최교장의 설명은 겉으로는 그럴듯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82년 제정된 스승의 날은 말 그대로 「교사의 날」이다. 제자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스승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존경의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보장된 날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이 「그들만의 자리」를 18년만에 포기한 이유는 「촌지」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면 어김없이 촌지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찾아오는 학부모들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촌지추방운동 등 교사들에 대한 곱지않은 시선도 휴업 결정을 거들었다. 교사들의 「고육지책」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발짝 물러나 생각해보면 성급했다는 느낌이 든다. 촌지와 선물이 「무서워」 학교를 쉰다는 건 과민반응이다. 참교육학부모회의 지적은 이런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승의 날을 방학중인 2월로 옮기거나 아예 없애는 것도 방법입니다』
김진각 사회부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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