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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된장스님과 첼리스트 그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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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된장스님과 첼리스트 그후 이야기

입력
199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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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과 농부, 그리고 스님남편인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

돈연·도완녀 지음, 해냄

강원 정선군 가목리 두타산 기슭. 1,500개 항아리마다 메주 익어가는 향기, 그리고 첼로의 선율. 대처승 돈연과 첼리스트 도완녀. 승려의 삶을 버리고 음악가의 길을 접고 콩 심어 메주 쑤고 된장 만드는 사람들. 자연과 더불어 농부가 되어 더 신실한 종교인으로, 아름다운 연주자로 살아가는 부부.

두 사람 인연과 사연이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2년 쯤 전 도완녀씨가 수필집 한 권을 내면서 부부의 생활이 매스컴을 통해 왁자하게 소개되었다. 우리 콩으로 쑨 된장 맛도 때마다 선전되어 전국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 승려나 첼리스트라는 이력도 이력이지만 이제 두 사람은 「된장」이라는 수식어 없이 소개될 수 없는 인물이 됐다.

그 이후 두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두 사람이 최근 나란히 수필집을 냈다. 농부 승려 돈연(53)의 「시인과 농부, 그리고 스님」, 도완녀(45)의 「남편인줄 알았더니 남편이 아니더라」.

돈연 스님은 정식 등단한 시인이었고 꽤 주목받은 송광사 학승이었다. 「80년 광주」의 현장을 목격하고서 「깨달음만으로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라는 화두를 만나 조계종 종단을 등지고 인도로 떠났다. 부처의 출가와 고행을 곰씹으며 녹야원에서 기원정사까지 2,000㎞를 걸었다. 서울로 돌아와 경전읽기 모임을 이끌던 그는 그곳서 인연이 닿아 89년 두타산 기슭에 둥지를 틀고 「메주 만들기」수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괴테하우스에서 만난 적이 있던 도씨를 16년만에 재회, 6년 전 가정을 꾸렸다. 도씨는 독일 유학까지 하고 와서 전도양양한 첼리스트의 길을 걷고 있었다.

돈연은 농사 경험에서 깨달은 「기다림의 미학」을 수필에서 전하고 있다. 농사를 지을 때 비록 인간이 씨를 뿌리고 김을 매고 가꾸지만, 심은 뒤 싹이 트고 열매 맺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인생도 이런 인내의 연속이다. 「조급함 가라앉히고 여유를 가져라」. 부인과의 사랑에서 부부라는 감정과 열정을 넘어서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사람들이 그토록 가지길 바라는 평화, 사랑, 건강 등은 모두 일상에서 소리없이 반복되는 일이다. 돈연은 『우리가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습관의 때가 끼면 지나치고 마는 일상 속에서 깨어있는 눈으로 보면 어느 순간인들 우주적 삶이 아닌 것 없다. 일상은 언제 어디서고 순간순간 우주적 삶이 녹아든 절대의 아름다움이다」.

도완녀씨의 수필은 아이 셋(여래, 문수, 보현) 낳고 키우고, 또 밭일에 된장 담그는 노동을 마친 뒤 짬짬이 쓴 글들이다. 시골 생활에 얽힌 자잘한 이야기, 감사와 충만함이 넘치는 삶의 행복에 대한 기록이다. 이제는 직업처럼 된 메주만들기와 된장 담그기, 된장·간장을 이용한 요리법까지 소개해 눈길을 끈다. 그녀에게 남편은 남편이 아니고 생의 동반자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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