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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재판확대 부작용] 피고인 잠적속출 '재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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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속재판확대 부작용] 피고인 잠적속출 '재판 비상'

입력
199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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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불구속 재판 확대 방침이후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으로 풀려난 형사 피고인이 재판에 불출석하거나 아예 도주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어 재판진행과 국가 형집행력 등이 위협받고 있다. 법원은 이에 따라 도주한 불구속 피고인에 대해서는 바로 구인장을 발부하고 이를 강제하기 위한 법원경찰대의 설립까지 검토하고 있다.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김대휘·金大彙부장판사)는 관세법 위반과 음반 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백명주(29)피고인이 4차례나 불출석함에 따라 10일 백씨에 대한 보석을 취소하고 백씨를 지명수배했다. 백씨는 96년 미 성인지 「플레이보이」의 국내 독점 판매권을 받아냈다며 20여명으로부터 대리점 계약 대가로 2억원을 받아 챙겨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백씨는 이어 국내 최초의 섹스숍인 「미세스타」를 불법 운영, 6,500여만원대의 성상품을 판매한 혐의와 이 과정에서 여성용 자위기구 등의 성상품을 불법 수입한 혐의가 추가 기소됐다.

그러나 백씨는 97년초 보증금 1,000만원에 보석이 허가된 뒤 1월 14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도주,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재판부는 『백씨가 계속 나오지 않아 구인장을 발부했으나 이미 도주한 뒤여서 집행할 수 없었다』며 『현재로선 보석금을 몰수하고 지명수배해 놓는 방법밖엔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지법 형사단독 판사들도 대부분 비슷한 고민에 빠져 있다. 특수절도 혐의로 97년 구속기소된 뒤 같은해 2월 병보석을 신청했던 이봉용(40)피고인도 보석이 허가되자 마자 도주했다. 재판부는 바로 보석을 취소했지만 이후 2년동안 백씨의 행방은 묘연했다. 이씨는 최근 별건으로 경찰서에 구속되는 바람에 덜미를 잡혀 징역2년6월이 선고됐다.

3,700억원대의 사기행각을 벌이다 재판도중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난 뒤 1월 병원에서 도주한 변인호(41)피고인은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서울지법에는 도주중인 변씨로부터 사기를 당해 회사를 빼앗기게 됐다는 내용의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접수돼 변씨가 또다른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불구속피고인이 도주하는 사례들이 잇따르자 법원도 대응책 마련에 적극 나섰다. 서울지법 형사단독 및 형사합의부 판사들은 10일 모임을 갖고 재판에 2번이상 출석하지 않는 경우 바로 보석을 취소한 뒤 구인장을 발부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일부 판사들은 구인장의 실질적인 집행을 위해 법원경찰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서울지법 관계자는 『불구속 재판 확대방침 이후 보석으로 나간 피고인이 도주하고 특히 경제사범의 경우 불출석률이 30%에 달해 재판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불구속 재판 확대라는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을 지키면서도 불출석과 도주 등을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손석민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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