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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김화영씨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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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김화영씨 인터뷰

입력
1999.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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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평가가 아니고 비평가이고 싶은 생각이 없다. 그저 한 사람의 성실한 독자일뿐이다』제10회 팔봉비평문학상 수상자 김화영(57·고려대 불문과 교수)씨는 비평가의 「가(家)」자가 가진 권력의 기미를 부정하는데서 그의 글쓰기를 설명한다. 『모든 텍스트의 비밀은 이미 그 텍스트 속에 숨어있다』는 것이 그의 비평의 출발점이다.

김씨를 「성실한 독자」로 만난 작가들은 행복하다. 그는 작품을 대할 때 일반적으로 비평가들이 가지는 이른바 문제의식 또는 이데올로기라는 칼부터 들이대지 않는다. 대신 그는 자신이 가진 인문적 교양과 지식이라는 악기들로 작가와 작품이라는 「악보」를 「연주」하려 한다. 작품을 쓴 소설가 시인 자신도 알지 못하는 작품의 비밀을 찾아 공명(共鳴)하는 것이 그의 비평이다.

수상작 「소설의 꽃과 뿌리」(문학동네 발행)는 오정희 신경숙 한승원 김주영 한수산 송하춘 서영은씨 등 7명의 작가, 이제하의 「나그네는 길에서도 쉬지 않는다」와 이문열의 「그대 다시는 고향에 가지 못하리」등 6편의 소설에 대한 평론을 모은 것. 시기적으로는 80년에서 98년까지 20여년에 걸쳐있다. 스스로도 「기나긴 게으름의 자취」라 표현했지만 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소수의 작가·작품만을 대상으로 그 꽃을 즐기고 그 뿌리를 더듬어온 것이다.

그 게으름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그의 관심을 끌고 해명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일단 『이 작가 속에는 무언가 깊숙이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 숨어있다는 막연한, 그러면서도 끈질기게 남는 느낌』이 오면, 그는 집중한다. 어떤 경우 꼬박 1년 동안을 한 작가의 작품만을 읽고 또 읽은 적도 있었다. 부인으로부터 『연애하느냐』란 말을 들을 정도로. 그 다음에 그의 비평_글쓰기가 시작된다. 작품세계의 전체가 눈앞에 보일 때까지 기다리고 자신의 머리 속에서 그 세계에 대한 한 장의 그림이 그려진 뒤에야 그 속을 자유자재로 돌아다니며 그 세계의 비밀을 풀어내는 것이다.

김씨의 비평에는 『비판이 없다』는 비판도 그래서 나온다. 그러나 김씨는 『이미 작가와 작품의 선별행위에 판단의 과정이 들어있고, 다음의 작업은 그 작가와 작품이 나와 공통으로 가지는 문제의식을 해명하는 것이 나의 글쓰기일뿐』이라며 현재 한국문학의 비평이 가진 권력적 속성을 거듭 경계했다.

평문이든 산문이든 그의 글은 아름답고도 치밀하기로 정평이 나있다. 일찍 중학교때부터 「학원」파의 문학소년으로 출발, 시인으로 활동했다. 카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74년 이후 고려대 교수로 있다. 국내 젊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섬」의 미셸 투르니에, 「책 읽어주는 여자」의 레몽 장,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의 파트릭 모디아노 등 현대 프랑스 작가들이 모두 그에 의해 소개됐다. 9권의 저서 외에 불문학 번역서가 40여권.

최근 김씨는 플로베르의 고전 「보봐리 부인」의 번역작업을 4년여만에 마무리했다. 플로베르와 함께 발자크에 대한 연구로 프랑스 19세기사를 되돌아보니 그 과정이 한국의 근대화 30여년과 너무도 비슷했다. 두 작가에 대한 비교연구로 「근대」의 원천을 거슬러보는 것이 그의 당면한 바람이다.

『풍요의 시대의 소시민으로 전락, 마치 대중문화의 일회용 스타처럼 곰삭은 글을 쓰지 못하는 궁핍한 우리 문학상황의 작가들이 안타깝다』고 말하는 김씨의 모습은 「언어의 수도승」이라는 그의 별명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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