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국가안위에 관련된 최고의 정보를 다루는 기관임은 재론이 필요치 않다. 아무리 세월이 바뀌고, 시대적 상황이 변한다 해도 국가정보원은 KCIA일 뿐이다. 부명과 부훈이 바뀌었다고 해도 정보원장의 영문애칭 역시 「스파이 두목(Spy Chief)」 임에는 변함이 없다. 국가안위와 관련된 최고의 기밀을 다루다보면 드러나는 것보다는 익명성이 주로 강조된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한때의 부훈이 말해주듯 그들은 얼굴없는 전사(戰士)다.■한동안 잠잠하던 「제2건국운동」이 또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현정부의 핵심실세라 할 수 있는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이 운동 추진방식을 정면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대학 국제정치대학원 초청강연에서 문희상 기조실장은 『지금처럼 관(官)주도 방식으로는 제2건국운동이 성공할 수 없다』고 했다. 옳은 지적이다. 그는 이어 『행정자치부장관과 정무수석이 이 운동에서 직책을 맡아서는 안된다』고도 했다. 당연한 얘기다.
■문제는 익명성이 강조돼야 할 국정원 간부가 민감하기 이를데 없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나타낼 수 있느냐는데 있다. 그것도 정부의 정책을 공개비판하면서 까지 말이다. 국정원 기조실장이라는 자리가 외부강연등에 얼굴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한가한 자리일까. 발언 내용중엔 정부가 이미 여론을 수렴해서 개선한 것도 있다. 청와대 대변인의 말처럼 문실장이 제도개선 상황을 모르고 한 발언이라면 더욱 기가 막힌다.
■문실장은 자신의 생각을 밖으로 드러내려고 작심하고, 소위 언론플레이를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자신이 과거 국회의원으로 있었던 의정부에서도 얼마전 한 모임에서 이와 유사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결론은 자명하다. 우리는 이미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사람에게 국가안위에 관한 중대한 책임을 맡긴 위험한 상황에 있다는 사실이다. /노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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