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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은행나무 꽃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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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은행나무 꽃을 보았는가

입력
1999.05.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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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꽃을 보았는가. 은행나무 하면, 사람들은 진초록의 잎이나 노랗게 물든 잎, 독특한 냄새가 나는 열매를 떠올린다. 꽃을 연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웬만큼 식물학에 조예가 있거나 관찰력이 깊지 않으면 은행나무가 꽃을 피운다는 사실 자체를 알기 어렵다.4월 하순부터 5월초순 사이 은행나무 가로수 길을 걷다 보면 그루터기 주변에 길이 2~3㎝쯤 되는 벌레처럼 생긴 연두색의 이물질같은 것이 떨어져 있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이물질로 보일 만큼 아름답다거나 특이하지도 않고 향기도 없다. 바로 은행나무 꽃이다. 가지에 꽃을 피웠을 때는 푸른 잎에 묻혀 눈에 띄지 않고 땅바닥에 떨어져서도 꽃 취급을 받지 못한다.

은행나무는 눈을 끌만한 화려한 꽃은 갖고있지 않지만 대신 어떤 식물도 대적할 수 없는 힘차고 밝은 녹색을 자랑하고 가을을 맞아서는 화려한 노란색으로 계절의 황혼을 처연하게 보여준다.

골프를 하다보면 언뜻 봐선 골프를 잘 친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데 좋은 스코어를 내는 골퍼들을 가끔 만나게 된다. 최근 그런 골퍼를 만났다.

그 골퍼는 스윙이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파워가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드라이버샷이 유별나게 길지도 않았고 어프로치 샷이 정교한 편도 아니었으나 싱글을 기록했다.

그의 플레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눈에 띄게 화려한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인 실수도 범하지 않았다. 남에게 자랑할 특장은 갖고 있지 않았지만 주어진 조건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욕심없는 자세로 플레이를 펼쳤다. 게임의 기복이 심하지 않아 보기 이상의 실수는 하지 않았다.

평범한 플레이를 하지만 결정적인 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것, 화려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하는 만큼 욕심도 별로 없다는 것, 무엇인가 남에게 내세워 상대방을 이기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것.

이런 것들이 바로 평범한 골퍼들의 최대 무기이자 장점이다. 화려한 꽃을 갖지는 않았지만 싱싱한 잎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은행나무처럼 그들의 욕심없는 평범한 플레이는 게임이 끝난 후 동반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대단히 솜씨 좋은 것은 서투른 것 같고 위대한 논변은 어눌한 듯하다(大巧若拙 大辯若訥)』 노자도 평범함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찬미했다.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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