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송파갑 재선거 출마는 일종의 「원 샷」 승부수다. 대여관계로 보면 정국반전을 위한 수 놓기이고, 당내로는 분란요소 일소를 노린 카드 던지기다.이총재는 무엇보다 송파갑 재선을 정국 주도권 확보의 분수령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지난 6일의 「김대중정권 국정파탄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선언했던 「제2 민주화 투쟁」을 가장 확실하게 전개할 수 있는 통로를 송파갑 재선 출마에서 찾으려 했다는 얘기다. 이총재의 한 핵심측근은 9일 『이총재는 선거운동 기간에 대단히 강도높은 이야기들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만큼 효과적인 대여투쟁이 또 어디에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총재는 또 자신의 재선거 출마가 비주류의 도전을 가장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무기가 되리라고 판단한 것 같다. 대여 극한투쟁 선언에 대한 당내 회의론과 선거구제 및 내각제 문제 등을 둘러싼 자중지란 가능성을 잠재울 수 있는 방편으로 그만한 카드가 달리 없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총재가 선거에 나가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총질할 수야 없지 않느냐』는 한 고위당직자의 이야기나, 『출마하면 도와야지 별 도리 있느냐』는 한 비주류 중진의원의 언급은 같은 뜻의 다른 표현이다.
이총재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동요하는 수도권 의원들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직접 「몸을 던져야」 했다. 강남-서초-송파갑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8학군 벨트」의 일각이 무너질 경우 수도권 의원들은 각자 도생(圖生)의 길에 나섰을 것이고, 이는 당 이탈현상 가속화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어쨌거나 이총재의 출마로 송파갑 재선거는 사활을 건 대회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총재는 선거에 질 경우 정치생명 자체가 위태롭게 된다. 당연히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여권도 마찬가지다. 지더라도 표차를 최소화 해야 하고, 흡집과 상처내기는 최대화해야 한다. 이총재가 압승을 거두면 여권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된다. 무제한적인 폭로전과 물량공세 등이 뒤엉키는 추악한 선거전에 대한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연유다.
이총재의 출마는 다른 한편으론 한나라당이 천명했던 지속적인 장외투쟁 전략의 수정 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12일과 18일로 잡힌 서울과 부산 옥외집회는 예정대로 치르더라도, 이후 집회는 선거전을 위해서라도 「보류」할 개연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홍희곤기자 h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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