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은 8일 종업원 지주제(우리사주 조합제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해 현재 7년인 종업원 보유 주식 양도금지 기간을 대폭 단축하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방안은 불안한 노·사·정 관계를 개선하고, 노사가 성과와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신노사 관계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68년 도입된 종업원지주제는 신주 발행 때 20%를 사원들에게 우선 배정하고, 7년간 매각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퇴직이나 결혼자금·학자금·주택구입자금 마련 등 특별한 경우에만 기간내에 팔 수 있다. 그동안 7년이라는 양도 금지기간으로 종업원들이 입은 피해가 컸다. 한때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사주를 인수해야 했던 경우가 많았는데, 주가가 상승해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은 이중의 손해다. 근로자들은 IMF체제라는 시련속에서 큰 피해를 본 계층이고, 누구보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다. 노동계는 오래전부터 우리사주 양도 금지기간이 너무 긴 것은 근로자의 재산권 행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개정을 요구해 왔다.
다만 이 문제에서는 일반주주들과의 형평성 뿐 아니라 우리사주 혜택을 원천적으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3월말 현재 1,007개 우리사주 조합에 130만명이 2억7,000만주(3조8,000억원)를 보유하고 있으나, 회사가 어려워 배당받은 가격에도 못미치는 경우가 많다. 배당가격 이하의 우리사주를 가진 종업원들이나 퇴직금도 못 받은채 직장을 떠났던 수많은 실업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하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주식양도 금지기간을 3∼4년으로 단축할 것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증시에 미칠 영향도 살펴봐야 한다. 한꺼번에 대량으로 주식이 쏟아져 나온다면 증시 활황에 제동이 걸리고, 수익을 기대했던 종업원들에게 실망을 줄 가능성이 있다. 갑자기 증가하는 공급물량을 잘 흡수해서 증시가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도록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우리사주 주식은 7년간 팔 수가 없어 경영권 보호에 도움이 됐으나 앞으로는 보호막이 사라지게 된다. 「경영자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부문이다.
종업원 지주제는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 근로의욕과 경영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가 활성화하려면 실질적으로 종업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가야 한다. 김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근로자들의 불만을 달래기 위한 대증요법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정부의 합리적인 제도개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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