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응 해인사 홍제암 스님얼마 전까지 우리를 둘러쌌던 현대 산업사회는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사회다. 그 가운데서 「실존하는」 개인은 거대한 산업사회의 메커니즘에 치여 무기력함을 느끼거나 고립된 존재로 살아간다. 개인이란 한낱 기계의 부품 정도로 전락해 버렸다.
요즘은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변해만가는 사회다. 그렇기에 「포스트 모던」이라는 수사학적 언표만으로 급격한 변화를 쫓아갈 수 밖에 없는 지 모른다.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변화의 추세에 이렇듯 따라가기만 하는 모습이 「포스트모던」한 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의 현상적 모습일지 모른다.
급격히 변하는 사회 속에선 산업사회에서 느끼던 개인적 상실감조차도 상실돼버린 듯 싶다. 중요한 건 파편화된 개인이 자신의 좌표를 찾지 못하고 있고, 찾을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철학적 유의미성이나 사회의식에 있어서 선악적 관념이 실종해버린 것이다.
개개인에 있어 존재의미의 상실은 사회의식의 상실로 이어진다. 사회는 개인을 비추는 거울이요, 개개인의 의지가 모인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일찍이 의상대사가 말씀한 「일즉다 다즉일」의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하나가 전부요 전부가 하나인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야말로 철학이 부재한 시대, 우리의 사유방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천부인권의 독립된 개인의 소중함을 뼈저리게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사회적 공의와 의식, 실천의 가치를 함께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회적 실천(보살행)을 통해 개인 존재의 연기적 삶과 그 연관을 꿰뚫어봄으로써 「일즉다 다즉일」의 참진리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면 또한 자유로울 줄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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