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 폭격사건은 중국인들의 「잠재적 반미감정」에 불을 지른 격이 됐고 「우는 아이 뺨을 때린 꼴」이 됐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내 시위가 장기화할 경우 반미행동이 격화돼 양국관계는 악화할 전망이다.미_중관계는 유고공습에 대한 양국간 이견, 인권 비판, 핵기밀 절취 주장, 대만문제 등으로 불편해짐에 따라 양국이 지난해 선언한 「건설적·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상당히 후퇴할 조짐을 보여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크게 퇴보하게 됐다.
중국 정부가 사건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사건을 「야만적 전쟁범죄」로 규탄하고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 데다 전인대, 정협, 8개 민주당파, 5대 종교단체가 일제히 비난 성명을 발표, 중국내 반미 분위기를 반증하고 있다.
8일부터 공안당국의 보호 아래 조직적으로 항의·비난 시위에 나선 전국 대학의 움직임도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어 전 인민들의 반미시위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금까지 나토의 군사행위를 일관되게 비난해 왔으며 세르비아계가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는 서방측 비난에도 회의적 태도를 보여왔다.
현재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위대나 각종 성명의 용어 구호를 보면 사건 자체보다 반미감정 고조에 역점이 주어졌다는 인상도 찾아볼 수 있다. 「강렬항의 미국폭행」 「중국인민을 속일 수 없고 중화민족을 욕되게 할 수 없다」 「미국은 죄를 인정하라」 「반대패권」등 미국을 비난하는 용어가 대부분이다.
반면 「동포의 죽음을 애통·애도한다」등의 희생자 관련 구호들은 목소리가 작다.
그동안 미국의 인권비판과 핵기밀 절취 주장 등으로 중국은 수세에 몰려 있었는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반미감정을 부추겨 반격의 실마리를 잡은 셈이다. 특히 최근 중국은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장거리 레이다시스템 판매 등에 강력한 반발을 보였고 미국이 구상중인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도 양국관계를 불편하게 했다.
중국은 현재 긴장상태다. 올해는 티베트 반중폭동 40주년, 5·4운동 80주년, 6·4 톈안먼(天安門)사태 10주기등 악재가 지뢰처럼 폭발력을 지닌 사건들이 달력을 메우고 있다. 또 길거리에 넘쳐나는 실업자군, 수출과 외국인투자, 국내소비등 각종 경제지표들도 10월1일로 건국 50주년을 맞는 경축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요소이다.
사실 미국과는 「거북한 동반자관계」로, 21세기 세계지도국가 위상을 놓고 사사건건 대립해 온데다 570억달러에 달하는 대미무역 불균형, 대만문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등 난제가 산적해 있다.
친화쑨(秦華孫) 유엔주재 중국대사의 요청으로 소집된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주목되지만, 미국측이 변명으로 일관하고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발표한 이상 중국내 반미시위는 쉽게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중국내 반미분위기를 고조시킬 것이고 미국에 대한 압박은 강화될 공산이 크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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