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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버지 모임] "화목한 가정 지킴이는 모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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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버지 모임] "화목한 가정 지킴이는 모든가족"

입력
1999.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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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자리가 비어가고 있다. 배금주의의 거센 도전과 개인주의의 원심력에 맞서 힘겹게 버텨오던 가장(家長)으로서의 권위는 진저리나는 IMF의 실업파도 앞에 하나 둘 힘없이 무너지고 있다. 가정이 흔들리고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 하지만 이 가운데 희망을 잃지않고 참 가정의 따뜻한 결속을 다지고 새롭고 건강한 가족문화를 일구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다.지난해 초 살벌한 구조조정의 칼바람에 직장에서 밀려난 하모(34)씨.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3)와 전업주부인 임신한 아내(32)가 있는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얼마간의 저축과 전셋집이 전부다.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성과는 없었어요. 그 사이 퇴직금도 바닥이 나 당장 생계가 힘겨워지더군요』 하씨는 우연히 「좋은 아버지모임」을 소개받아 회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족여행 등 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삶의 용기를 되찾았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 「아버지」들과 고민을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됐다. 서먹하고 어려워지던 아내와 가족들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풀려나갔다. 『스스로 가정의 모든 것을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버린 뒤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결국 가정은 구성원 모두가 함께 꾸려가는 것이니까요』

수출업체에 근무하다 경기불황으로 퇴직한 김모(41)씨도 모임을 통해 삶의 활기를 되찾은 경우. 『6개월간의 실직기간중 택시운전 등 궂은 일도 마다않고 해 봤지만 경험이 없어 사납금도 못채우는 날이 허다했다』고 말했다. 직장을 구해 맞벌이에 나선 아내와의 대화도 줄어들고 아버지를 대하는 아이들의 태도도 멀어져갔다. 김씨는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을 못번다는 자책감으로 스스로 가족들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느낌이 들 때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모임」에서 다른 아버지들과 고민을 서로 얘기하던 중 얻은 힌트를 통해 화목한 가정을 되찾았다. 『먼저 아내와 아이들에게 제가 힘든 상황이라는 것을 이해시켰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거죠. 지금은 아내와 아이들이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입니다』 지난 5일 김씨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가족뮤지컬 공연을 관람했다. 어린이날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뽑아 가족회의를 통해 결정한 것이었다.

91년 자녀들에게 좋은 동화책 한 권 선물하자는 취지로 몇몇 아버지들이 모여 결성한 「아버지의 모임」은 9년째를 맞으며 12개 지역모임, 전국 회원수 3,000여명에 이르는 대식구로 성장했다. 모임의 성격도 점차 확대돼 「좋은 아버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남편, 좋은 사회인이 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것으로 성장했다. 모임 대표인 나원형(羅源亨·39·무역업)씨는 『30, 40대 아버지들은 미래의 전망이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우리사회의 허리세대』라며 『아버지나 가장으로서, 혹은 남자나 직장인으로서 우리들만의 내재된 고민과 갈등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용기를 얻기 위한 모임』이라고 밝혔다. 모임은 출범당시의 아이들이 만20세가 돼 심리적 독립을 하게 되는 때까지 회원들이 경험하고 극복한 갈등과 고민들을 축적해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거름으로 삼겠다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꿈을 가꿔가고 있다.

/최윤필기자 walde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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