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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경부장관의 증시 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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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경부장관의 증시 발언

입력
1999.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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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정부가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기 때문이라고 증시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오늘의 경제상황에서는 주가가 올라야 하고, 또 상승할 이유도 많다. 하지만 폭등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요인도 있어 무조건 반길 수만은 없다.이규성 재정경제부장관은 6일 국방대학원 특강 자료에서 『지금의 증시 활황은 거품(버블)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장관의 말은 우리를 당혹스럽게 한다. 재경부장관이 주가·금리·환율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방경제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장에 메시지를 전할 경우에는 사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고도로 계산된 간접화법으로 표현해야 한다. 이해관계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데다 자칫하면 시장구조를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는 기본적으로 증시에서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어야 하고, 그것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시장경제의 원리다. 그런데 주무장관이 『과열이 아니다』라고 밝혔고, 투자자들은 이를 『정부가 증시를 뒷받침할 터이니 주가는 계속 오를 것』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장관의 한마디로 이날 주가가 39포인트나 폭등했다.

이장관이 그런 말을 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증시가 살아야 경기회복과 구조조정 등이 촉진된다. 이장관은 그런 뜻에서 개인적인 의사를 밝혔을 뿐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가 지나쳤다. 더욱이 주가와 맞물려 돌아가는 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 개최 직전에 그런 말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금통위를 「거수기」로 만들었다.

오죽했으면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가 『금리와 관련된 법적 권한은 중앙은행에 있다』고 「원론」을 강조했겠는가. 이장관의 언급에서는 아직도 증시를 정부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치금융」의 냄새가 난다. 제도는 개방화로 가지만, 구시대적 사고방식은 여전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주무장관의 이런 발언은 증시의 투명성과 관련, 외국투자자들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요즘 증시에는 퇴직금이나 은행예금등 생활자금을 쏟아붓는 투자자들이 많다. 이장관은 『단기급등에 따른 뇌동매매는 자제해야 한다』고 덧붙이긴 했지만, 현 증시가 거품이 아니라는 장관의 말에 힘입어 투자했다가 손해 볼 경우 그 원망을 누가 들을 것인가.

정부는 주가나 금리등에 대한 견해를 금통위에 넘겨 내부 조율을 거쳐서 정책에 반영하고, 투자자들은 이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 시장경제다. 재무관료는 말을 아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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