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때가 되면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일본장기신용은행(장은) 우에하라 다카시(上原隆·59) 전부총재가 언론의 잇딴 취재 요청을 거절하면서 밝힌 이유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6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97년 6월 총회꾼에 부당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던 미야자키 구니지(宮崎邦次) 다이이치캉교(第一勸業)은행 전회장의 자살 이래로 벌써 7번째이다. 이들은 한결같이 검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기 직전 죽음을 택했다.
「과오」를 청산하기 위한, 또는 윗사람의 허물을 덮으려는 이들의 자살을 두고 더 이상 「전통의 무사도」는 거론되지 않는다. 대신 이들의 죽음으로 발설의 유혹을 끊어야 했던「진상」에 대한 추측이 꼬리를 물고 있다.
우에하라 전부총재도 예외가 아니다. 장은은 거액의 부실 채권으로 이미 채무 초과상태였던 지난해 3월말 분식결산을 통해 71억엔을 주주들에게 배당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당시 경리담당 전무였던 그를 4월말부터 「참고인」으로 조사해 왔다.
그는 무엇을 숨기려고 했을까. 오랫동안 함께 일해 온 장은 관계자들은 결단력이 약했던 그가 분식결산을 결정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정계 거물들이 장은 주식의 상당 부분을 쥐고 있었다는 소문이 국유화 과정에서 공공연했다.
장은이 막다른 위기를 맞아 분식결산으로 정계의 이익을 챙겨주고 산화하는 과정에서 우에하라 전부총재는 기껏해야 조연역을 맡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핵심을 쥔 그의 죽음으로 검찰수사는 벽에 부딪혔다. 벌써부터 검찰수사가 변죽만 울리다가 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지난해 재일동포 아라이 쇼케이(新井將敬) 의원의 자살 이후 금융·증권비리의 「정계 커넥션」 수사가 그랬듯 검찰 수사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크다.
/도쿄=황영식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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