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영화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을 끝으로 투자를 끊은 지 1년 만에 내린 결론이다. 영상사업을 지금처럼 별도 법인으로 할지, 계열사로 이관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지만 예전처럼 한국영화 제작과 배급, 외화수입까지 하겠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외국자본(시티은행)의 유치까지 시도하고 있다. 삼성영상사업단 오증근 단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마저 그만 두면 국내 영화계의 손실이 클 것』 『국내영화산업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 그동안의 노하우를 계속 살려가야 한다』
당장 올 하반기에 투자할 한국 영화를 찾고 있다. 물론 이런 결정을 내리게 한 일등공신은 「쉬리」. 100억원이란 수익 때문이 아니다. 「쉬리」의 성공을 놓고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덕분』이란 여론이 생겼다.
외화 한 편에 550만달러(약 66억원)까지 주고 수입해 『외화를 낭비한다』는 비난도, 그 때문에 정부로부터 받았던 눈총과 무언의 퇴출압력도 한꺼번에 털어냈다. 문화관광부로부터 『계속해야 한다』는 권유까지 받았으니 명분까지 얻은 셈이다.
영화계로서는 반갑기 그지없다.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태양은 없다」까지 5편을 삼성의 전액 투자로 제작했던 우노필름 차승재 대표는 『영화자본이 더 풍성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건전하고 튼튼한 배급망이 그대로 살아 남는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해 대기업들이 손을 들면서 한국영화제작이 10여편 이상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그들의 역할은 엄청나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 보자. 왜 대기업들이 영화를 하겠다고 덤볐고, 어느날 갑자기 철수했는지를. 90년대초 그들은 영화가 무슨 큰 떡이라도 되듯 덤벼들었다.
그러면서 명분은 하나같이 『영상시대인 21세기의 소프트웨어 개발과 한국영화 발전을 위해서』였다. 그대로라면 외화수입 과당경쟁을 하지 말아야 했고, 우리의 예술영화를 외면하지 말았어야 했다. 또 적자가 난다고, IMF라고 『내 몰라라』할 수 없었다.
그들에게 문화 마인드까지 가지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기업이란 「수익논리」가 먼저니까. 다만 근시안을 버리라고 영화인들은 말한다. 소프트산업, 지적재산은 하루 아침에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이대현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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