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여당이 단일안으로 마련한 선거제도의 골간은 소선거구제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합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구·비례대표에 중복 입후보를 허용하고, 유권자 1인 2표제를 채택하며, 비례대표 의원수를 지역구의 2대 1 또는 3대 1 수준으로 크게 늘리는 것등이 주요 골자다. 벌써부터 이 안에 대해 학계등에서는 「제도의 게리맨더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선거제도는 정치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정치개혁의 측면에서 보다는 어떻게 하면 의석수를 많이 차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정략적 측면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대목은 정당명부제다. 정당명부제를 도입하고 있는 나라는 많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정당명부제를 도입한 나라의 대부분이 의원내각제의 정부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선거구제로 중·대선거구를 채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공동여당간에 내각제 개헌이냐, 대통령제 유지냐를 두고 결판이 나있지 않은 상태이다.
권력구조의 변화에 따라 선거구제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기는 하지만, 제1여당인 국민회의가 대통령제 유지를 꿈꾸고 있으면서 의원내각제에 합당한 정당명부제를 채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더구나 비례대표 의원을 대폭 늘리고, 1인 2표제로 정당에도 투표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동여당에 유리하도록 한 것은 「제도의 짜깁기」라는 것이다.
이밖에 중복입후보 허용과 비례대표의원의 수를 늘리는 것등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정치권에서는 중복출마 허용이 정치신인의 원내진입을 가능토록 하는 것으로 젊은층 수혈론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후보 공천권을 쥔 당총재의 영향력이 커져 정당의 사당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
이번에 선거구제를 잘못 건드리면 정권의 향배에 따라 또다시 바꿔야 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지금 정치가 엉망인 것은 선거구제가 잘못돼서 그런 것이 아니다. 제도보다는 정치인의 자질과 정치풍토에서 그 원인과 처방을 찾아야 한다. 정치개혁을 위해 선거구제를 고쳐야 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절실한 필요성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나 굳이 고치려 한다면 진정으로 정치개혁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시한번 국민의 입장에서 공명성과 형평성이 갖춰지도록 여야가 선거구제를 심도있게 논의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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