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만 해도 패션쇼를 연다면 정부부처는 말리기 급급했습니다. 사치를 조장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정부가 패션쇼를 열고, 업계가 모여 박람회도 여니 정말 변했습니다. 패션분야가 가장 고부가가치 산업이란 거죠』한 패션관계자는 「세상 참 변했다」고 했다. 새로 개장한 학여울 서울무역전시장은 첫 박람회로 제1회 섬유수출대전(4~7일)을 택했다. 지난해까지 따로 열렸던 섬유소재전, 섬유기계전, 의류패션전을 합쳐 열린 이 행사에는 많은 바이어가 몰려 900만5,000달러 상당의 수출상담을 성사시켰다. 지난달 24~30일 덕수궁에서 사상 최대규모의 패션쇼 「서울밀레니엄 컬렉션」을 주최한 문화관광부도 『패션분야는 7대 문화산업육성분야 중 하나』라고 「산업차원의 육성」을 역설했다.
패션디자인이 영상분야와 더불어 자동차·반도체를 넘어설 고부가가치 컨텐츠웨어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이제 없는 듯하다. 그러한 인식공유는 반가운 일이지만 국가차원의 육성전략은 여전히 부재상태다. 서울밀레니엄 컬렉션엔 내로라 하는 디자이너들이 모두 참여했지만 해외 바이어들은 찾아볼 수 없는 동네 큰잔치로 그쳤다.
디자인 수출은 어느날 갑자기 늘지 않는다. 해외시장을 파고 들려면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철저한 시장분석과 막대한 홍보비를 쏟아야 한다. 이 초기투자를 감당못해 쓴 맛만 보고 철수한 디자이너도 많다. 때문에 될성부른 디자인을 골라 국가차원의 지원을 하는 「선택과 집중」전략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무도 총대를 메려하지 않는다. 그 기준조차 논의해 본 적이 없다. 행사만 크게 벌이는 게 다는 아니다. 요란한 말보다 전략과 비전을 제시할 정부부처는 없을까.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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