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료는 쌀이다, 거름더미는 쌀더미다」. 금싸라기 같은 쌀과 비료가 동격이라는 이 구호는 북한이 비료문제를 어떻게 다루는지를 단적으로 설명한다.만성적인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은 비료증산을 식량자급의 관건으로 보고 비료증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비료공장, 농장, 농가 뿐만아니라 도시의 기업소, 기관, 노동자, 사무원들도 비료생산에 동원된다.
비료생산량과 쌀생산량간의 밀접한 관계는 90년대 이후 생산량 추이(그래픽참조)에서 잘 드러난다. 90년대 초반 400만톤을 웃도는 식량생산은 150만톤 안팎의 화학비료생산으로 뒷받침됐다. 하지만 그후 사정이 나빠져 북한은 98년 한해동안 질소질 29만4,100톤, 인산질 30만2,600톤, 칼리질비료 2만8,900톤 등 62만5,600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정상적 영농에 필요한 169만톤에 103만톤 부족한 것이며, 시설생산능력(368만톤)의 17%에 불과한 수치다.
북한이 비료난을 겪고 있는 것은 노후된 설비, 전력·원자재부족때문이다.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와 아오지화학공장은 가동을 중단했고 북한 최대의 생산시설인 흥남비료는 일부 시설만이 가동되고 있는 등 14개 주요 공장의 가동율은 30%를 오르내린다. 그래서 북한은 자존심을 버리고 국제사회에 흥남공장과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시설현대화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궁여지책으로 북한은 화학비료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대체비료를 개발, 생산중이다. 탄광에서 나오는 폐탄, 시멘트 먼지, 그을음 등 공업부산물과 섬유소분해 미생물을 원료로 하는 「흙보산비료」 「복합미생물비료」등이 지난해경우 5만톤가량 생산됐다. 하지만 갈탄등에 암모니아(소변)을 섞어 만든 흙보산비료, 미생물에 쌀겨 소석회, 가축배설물을 혼합한 미생물비료 등이 화학비료의 효과를 따라갈수 없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남한이 북한에 도와줄 여지는 어느 정도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에 따르면 현재 국내 비료생산능력은 489만톤으로 총수요량(430만~440만톤)을 50만~60만톤을 상회한다. 이중 4만5,000톤이 3월 30일 이후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지원됐다. 올 봄 북한에 10만톤이 지원된다면 북한주민 130만명이 1년동안 소비할수 있는 쌀 8만8,000톤, 옥수수 13만톤등 총 21만8,000톤의 식량이 증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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