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도 감당하기 힘든 정신지체장애인 자원봉사 활동을 중학생 형제가 23박24일동안 다녀왔다. 서울 잠실중학교에 재학중인 서승일(徐承一·14·2학년) 승빈(承彬·13·1학년)군 형제.승일군 형제가 겨울방학을 정신지체장애인 재활훈련원인 인천 옹진군 북도면 장봉혜림재활원에서 보낸 것은 삼성복지재단에서 일하는 아버지 서재익(徐在益·44)씨의 권유가 계기가 됐다.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결국 크리스마스인 12월25일 기꺼이 발길을 옮겼다. 이 재활원은 18세 이상 성인 정신지체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적응 훈련시설. 인천에서 두 번이나 배를 갈아타야 도착할 수 있는 외진 섬인 이 곳에는 100여명의 장애인 원생들과 30여명의 자원봉사들이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섬생활은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대부분이 20대 이상 성인이지만 지능은 불과 4~5세 남짓한 장애인 원생들과 친해지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들 형제는 생전 처음 해보는 부엌일에서부터 행정사무는 물론 장애인들의 놀이동무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어머니 한선희(韓善姬·40·서울 봉화중교사)씨는 두 아들이 자원봉사활동 기간중 꼬박꼬박 써온 일기와 메모들을 모아 「우리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란 제목의 책을 만들어 줬다. 한씨는『이번 경험을 통해 학교에서 얻을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깨달은 것 같아 대견스럽다』고 말했다.
/이주훈기자 june@hk.co.kr
(C) COPYRIGHT 1999 THE
HANKOOKILBO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