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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차기총장 갈등 '분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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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차기총장 갈등 '분열상'

입력
1999.05.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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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치사한 전술(dirty tactics)에 굴복할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전이 반미와 친미로 극명하게 갈렸다.반미노선의 선봉은 동남아국가연합(ASEAN) 회원국과 인도, 파키스탄, 이집트 등. 이들은 미국이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로 나선 태국의 수파차이 파닛차팍 부총리를 자진 사퇴시키려는 데 강력히 반발하며 끝까지 표대결을 벌이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이 밀고있는 뉴질랜드의 마이크 무어 전총리가 단일후보로 나서는 것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차기총장 선출을 둘러싼 이같은 갈등으로 WTO는 지난달 30일 레나토 루지에로 전사무총장의 임기 만료 이후 사실상 업무중단 상태가 빠졌다.

이에따라 WTO는 4일 제네바에서 134개 회원국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집행이사회를 열고 차기총장 선출문제를 매듭지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특히 집행이사회 의장인 탄자니아의 알리 음후모는 자신이 파악한 결과 62대 59로 무어 후보가 우세하다며 직권으로 사무총장을 지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무어 지지파의 핵심인 미국은 올해 11월 시애틀에서 열릴 새로운 무역라운드 협상에서 각국의 노동기준과 환경문제 등을 중요의제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무어가 당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를위해 영국을 제외한 유럽국가와 중남미국가를 끌어들였다.

이에 맞서는 수파차이 지지파는 미국의 의도대로 새로운 시애틀 라운드가 채택된다면 무역자유화의 틀이 훼손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특히 당초 선거를 실시했어야 할 작년 10월에는 80개국이상이 수파차이를 지지, 압도적인 우세를 보였는데 미국이 투표 자체를 지연시켜 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파차이 지지파는 지금도 표대결로 가면 근소하나마 우세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수파차이를 지지하는 개도국들의 입장이 명확히 드러난 만큼 수파차이의 당선은 불가능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 유일한 대안은 미국이 무어를 대체하는 제3의 인물을 내놓는 것이지만 이 방안도 11월까지 매듭이 지어질 지 의문이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내려지든 출범 5년째를 맞는 WTO가 최대의 시련을 맞은 것은 분명하다.

/박정태기자 jt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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