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마지막 식민지」 동티모르가 21세기 독립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까. 인도네시아의 알리 알라타스, 포르투갈의 자이메 가마 외무장관은 5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8월8일 동티모르 주민들이 투표를 통해 독립 또는 자치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다.아난 총장과 양국 외무장관은 또 투표실시 방법에 관한 합의문 및 자유롭고 공정한 투표를 보장하기 위한 치안에 관한 합의문 등 2개의 부속문서에도 서명했다. 600명 규모의 유엔경비대원과 다수의 국제 민간경찰이 인도네시아 경찰과 함께 투표를 전후한 치안유지를 위해 배치될 예정이다.
마리 알카티리 동티모르 독립 혁명전선 제1부의장은 『불행하게도 동티모르인들은 협상과정에서 배우가 아닌 객체로 취급당했다』고 불만을 나타내면서도 『이번 협정은 사태 해결을 위한 일보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라디오를 통해 협정 서명 소식을 전해들은 티모르티모르대 학생 등 주민들은 춤을 추며 환영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평화적이고 공정한 선거가 치러질 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관측이 적지 않다. 우선 합의문 대로 인도네시아 당국이 「안전한 선거환경」을 보장할 수 있을 지 부터 의문시 되고있다.
독립을 반대하는 이슬람계 통합·자치파들은 투표가 진행될 경우 다수파인 가톨릭계 분리·독립주의자는 물론이고 유엔감시단도 공격할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인도네시아 군부의 후원을 받아 유사시에 대비, 무기와 탄약을 부지런히 모으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2만~3만명 규모의 인도네시아 보안군의 실력자들도 투표를 위한 선결조건인 무장해제를 원치않고 있다. 때문에 이들간의 무력충돌로 투표는 고사하고 「제2의 코소보 사태」가 벌어질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 상황도 변수다. 물라디 인도네시아 법무장관은 이날 서명 직전 『협정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고 투옥중인 반군 지도자 샤나나 구스마오의 석방도 주민투표가 끝난 뒤에야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카르노 전 대통령의 딸이자 강력한 야당지도자인 메가와티는 『6월 총선에서 승리하면 주민투표 안을 찢어버리겠다』고 벼르고 있다. 역시 야당 지도자 아민 라이스는『국민 투표를 실시하라』며 정부와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정이 48개 정당이 난립,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인도네시아 의회의 비준을 받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동티모르의 독립은 주민투표 실시 합의로 전기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인도네시아의 정국 상황이란 험로를 앞두고 있다.
/이동준기자 djlee@hk.co.kr
인구 80만의 동티모르는 아시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잇는 지정학적 위치와 석유 등 풍부한 천연자원으로 인해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을 받아왔다.
1749년 포르투갈과 네델란드가 영토 싸움을 벌인후 동쪽은 포르투갈 식민지로, 서쪽은 네덜란드 식민지로 양분됐다. 49년 서티모르를 합변한 인도네시아는 75년 12월 10만여명의 주민을 학살하며 동티모르를 점령한뒤 이듬해 이 지역을 27번째 주로 강제 편입시켰다. 이후 독립운동과 유혈탄압의 악순환이 이어져 동티모르인 22만명, 인도네시아군 2만명이 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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