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투수는 키우는 맛이야」6일 잠실 LG전서 두산의 완승을 이끈 김인식감독의 입이 헤벌어졌다. 승리팀 감독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더욱더 그의 입을 벌려놓은 것은 이날 승리투수 최용호(23)때문이다.
배명고를 졸업하고 95년 OB유니폼을 입은 최용호의 지난 3년은 말그대로 「무명」이었다. 지난해 5월 잠실 쌍방울전서 7회 등판, 8명의 타자중 7명을 삼진으로 솎아내 프로 입문후 처음으로 세이브를 낚는 「깜짝쇼」를 연출한 덕에 이름이 알려진 게 그의 프로경력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50㎞대의 빠른 볼을 가지고 있지만 경험부족에서 오는 마운드 운영의 미숙과 고질적인 오른쪽 팔꿈치 부상이 그를 1군보다는 오히려 2군마운드에 더 오래 붙잡아뒀다. 통산 32게임에 등판해 2승, 방어율 3.40의 성적.
그러나 이 정도 지식을 갖고 바라본 최용호의 이날 투구내용은 눈을 씻고 들여다봐야 할 정도였다. 8이닝동안 1피안타에 사구 2개로 1실점. LG타선을 꽁꽁 묶어놓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다.
지난달 24일 잠실 롯데전서 5이닝 3피안타 2실점으로 시즌 첫승을 거뒀을 때만 해도 긴가민가했지만 이날 승리는 확실히 그가 일취월장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투수는 산전수전 겪으며 커야 한다」. 투수출신 김인식감독의 지론에 최용호는 딱 들어맞는 성장을 해왔다. 올시즌을 앞두고 김감독은 김상진과 권명철을 트레이드시키면서 최용호 등의 이름을 대며 「두고보라」고 했다. 이날 경기는 김감독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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