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팀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친선경기 2차전에서 12대 6으로 승리하고 귀국한 4일 쿠바 전역은 온통 잔치분위기였다.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원수는 이날 하바나 대학의 공식 환영행사에서 흡족한 얼굴로 『역사적인 쾌거』라는 표현을 써가며 선수들을 격려했다.『쿠바, 쿠바』를 연호하는 군중들의 환호성과 적청(赤靑)색 쿠바 국기 물결로 행사장은 범국민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던가. 카스트로의 환한 얼굴에도 언듯 수심이 내비쳤다. 야구대표단의 리고베르토 에레라(54) 투수코치가 미국에서 잠적, 귀국 비행기를 타지않았기 때문이다.
볼티모어 경찰서는 에레라가 이날 경찰서로 찾아와 망명을 요청했다면서 연방 이민국과 그의 망명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의원 밥 메넨데스(뉴저지주)는 에레라외에 2명의 야구선수가 미국으로 망명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워싱턴 주재 쿠바 대표부는 선수들의 망명 사실을 부인하면서 선수 6명이 늦잠을 자는 바람에 항공편을 놓쳤다고 항변했다.
야구선수들의 망명이 사실이라면 갓 출범한 미국과 쿠바의 「야구외교」는 한차례 고비를 맞을 수도 있다. 미국으로서는 야구외교의 틀을 훼손하지않으면서 자유의사에 따른 망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않기 때문이다.
미국에 정착한 쿠바인들의 태도는 엇갈렸다. 대다수는 자신들 처럼 자유를 선택한 선수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지만 『미국은 전혀 약속의 땅이 아니다』며 성급한 행동을 질책하기도 했다.
카스트로는 환영사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을 돈으로 꾀고 망명을 유도하는 스포츠 에이전트들을 강력히 비난했지만 선수들의 망명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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