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밤 11시 MBC 2층 D부조실에 「On Air」불이 켜졌다. 소아암과 백혈병 어린이 환자를 돕기 위한 생방송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방송 현장.『저에게 이런 힘든 시련을 주신 건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는 뜻이죠? 온 세상에 있는 병균을 하나님께서 없애주세요. 안 없애주실거면 저희에게 힘을 주세요…』 골육종 환자 박진호군의 시낭송이 화면을 타고 흐른다. 이어 진행자인 신동호 아나운서와 탤런트 김희애의 오프닝 멘트. 동시에 시청자들의 ARS전화가 걸려 오면서 모금액을 알리는 숫자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망막암에 걸려 두 눈을 제거하고 힘겹게 버텨가는 31개월된 이동진 아기의 다큐가 이어졌다. 아버지는 시각장애인. 김희애가 견디기 힘들었던지 자리에서 일어나 눈물을 훔친다. 60여명의 방청객이 숙연해지고 가수 김종환의 「공존의 의미」가 스튜디오에 퍼진다.
생방송 제작과 준비 이날 방송시간은 2시간 51분이었지만 제작기간은 꼬박 3개월이 걸렸다. 제작진은 90년부터 시작된 이 프로에 나름대로 노하우도 생겼으렸만 매번 할 때마다 힘이 든다고 한다. 2월초 김영철PD, 임정아AD, 작가 김공숙씨 등 20여명으로 짜여진 팀이 구성되고 8일간에 걸친 아이템 선정회의, 2개월간의 다큐와 이벤트 촬영이 빡빡하게 진행됐다. 올해의 프로는 사회와 국가의 정책적 지원을 유도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생방송 당일 오후 7시가 되자 스태프는 최종 점검에 들어갔다. 김영철PD가 출연진의 동선(動線)을 설명하는 등 30분간의 회의는 끝났다. 동시에 D스튜디오 세트작업이 마무리 됐다. 오후 8시 5분 예능10호 회의실에선 김PD 주재로 진행자 김희애와 신동호의 대본 읽기 리허설이 30분간 진행됐고 곧바로 카메라 리허설이 이어졌다. 1시간 15분정도의 카메라 리허설에는 가수 안치환, 개그맨 이용식 등 전 출연진이 노래와 멘트를 한번씩 연습했다. 이 시간 부조실에선 임정아AD가 사전제작분을 다시 녹화했다. 주기계에 고장이 나면 곧 바로 보조기계를 작동시켜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작업이다.
생방송이 끝난 뒤 자정을 넘겨 어린이날인 5일 새벽 1시 51분 방송은 예정보다 21분 늦게 끝났다. 김희애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고 전화 자원봉사를 한 백혈병 환자 어머니 30명의 눈이 퉁퉁 불었다. 이날 모금된 액수는 3억 7,000여만원. ARS전화 한 통이 2,000원을 후원하는 것이므로 시청자 18만 5,000명이 참여한 것이다. 스튜디오에 불이 꺼졌다. 그러나 전화벨은 끊어질 줄 몰랐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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