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의 발달로 세계가 일일생활권으로 변모한 지구촌시대에 아직까지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중남미는 생소한 대륙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는 중남미를 저발전상태에 있으며, 한국보다 훨씬 낙후되어 별 볼 일이 없는 나라들이 존재하고 있는 대륙이라는 편협적이고 막연한 시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오늘날의 중남미는 마틴 니들러가 말했던 『금방석 위에 앉아 있는 거지』가 아니라 21세기의 거대한 기대로 충만해 있는 대륙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33개 독립국으로 구성된 이 대륙에는 4억7,000만명의 광역시장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중에는 한반도 면적의 80배에 달하는 브라질과 같은 대국이 있는가 하면 인구가 10만에 불과한 소국도 있다. 각종 천연자원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천혜의 대륙이기도 하다.
이러한 거대한 인구와 자원을 가지고 있는 중남미가 21세기 한국의 중요한 교역 및 투자대상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중남미에는 브라질을 비롯하여 여러 국가에 10만명에 달하는 교민이 살고 있으며 수백개의 한국기업체들이 멕시코 등 중남미지역 국가들에 진출하여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중남미 대부분의 국가들은 전통적인 우방으로 외교 및 문화적 면에서 한국과 활발한 교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향후 이 지역 국가들과의 통상 투자 외교 자원개발 이민 교육 및 문화적 교류가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나 이러한 지역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중남미에 대한 정부측과 민간의 관심도는 지극히 낮은 수준에 있다. 늦은 감이 있으나 96년 11월 외교통상부에 중남미국이 신설되어 이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는 기업인, 학자 및 교민들을 위시한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탄생한지 불과 2년여밖에 안된 중남미국이 구조조정이라는 명분하에 폐쇄될 것이라는 보도에 중남미 전공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실망을 금할 수없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비대하고 비효율적, 비생산적 조직을 최적화하여 생산적 능률적이며 기능적인 조직으로 변환시키는 수단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구조조정은 사전에 충분한 검토와 다각적인 검증을 통해 수행돼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현재 정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외교통상부 중남미국의 폐쇄는 21세기를 앞두고 이 지역의 중요성이 점차 증대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볼 때 시의적절치 못한 정책적 판단으로 보여진다. 현시점에서 중남미국을 폐쇄하기보다는 이 기구의 활동영역을 확대하고 인력을 보다 전문화하여 최대의 국익을 도모할 수 있는 조직으로 발전시키는 정책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김달용·한국라틴아메리카학회장·조선대외국학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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