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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벌증권사 조사 철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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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재벌증권사 조사 철저하게

입력
199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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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재벌들에 몰리고 있다. 저금리로 시중자금이 은행을 떠나 증권시장으로 몰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재벌 증권사에 집중되고 있다. 일반투자자의 입장에서 재벌의 증권사가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한국경제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의 전계열사가 힘을 합쳐 발산하는 위력이 엄청난 상승작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5대그룹 증권사로 몰린 돈이 74조원에 이른다니 은행이 부럽지 않을 정도다.그러나 이럴수록 「몰린 돈이 어떻게 운용되는가」하는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재벌의 증권사가 혹시라도 전체그룹의 자금 파이프라인 역할을 해 이 돈으로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6일부터 5대 그룹에 대한 3차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벌이면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대규모 주식형펀드가 계열사로 부당하게 흘러들었는 지를 추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위가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확보한 계좌추적권을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발동할 지도 주목거리다. 공정위는 최근 계좌추적 전문가 5명을 외부에서 영입, 계좌추적권 발동태세를 갖춰 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공정위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부당지원 의도나 확실한 인과관계 등 내부지원을 입증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재벌 증권사들도 자금운용의 프로들이므로 금방 눈에 띄는 아마추어 방식의 지원을 할 리가 만무하다.

공정위는 조사에 나서면서 한계기업의 퇴출을 지연시키는 지원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공정위가 재벌의 구조조정을 압박하기 위한 방편정도로 이번 조사의 의미를 스스로 축소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이러한 인식은 곤란하다. 구조조정의 이행여부를 떠나 재벌의 자금독점 현상은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중요사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구사해 왔다. 은행돈이 재벌로만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여신관리 제도가 시행된 것은 오래 전의 일이다. 지난해 회사채를 통해 시중자금이 재벌로 집중되자 회사채발행을 제한했다. 항상 재벌이 새 루트를 개발하면 정부는 뒤따라 그것을 봉쇄하는 양상이었다. 이번엔 재벌들이 이미 나와 있는 제한과 장애들을 피해 펀드조성이라는 루트를 개발한 셈이다. 정부는 공정위의 일회성 조사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제도적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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