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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시리즈를 읽고] 극한 정쟁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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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시리즈를 읽고] 극한 정쟁이 문제다

입력
1999.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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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정몽준(鄭夢準)의원이 본보의 기획물 「정치개혁 제대로 하자」시리즈(4월30~5월5일)를 읽고 정치개혁에 대한 소신을 담은 기고문을 보내왔다.정의원은 이 글에서 개혁되어야 할 가장 대표적인 정치적 구태가 여야의 극한대립이라고 지적하고 정치안정을 위해서는 올바른 여야관계의 정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편집자 註

「정치개혁」을 바라는 소리가 높다. 더 이상 정치적 구태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경제의 세계화와 이데올로기의 종식 등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정치로 벌써 탈바꿈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가 지난해 말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IMF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물음에 47%가 「정치인」이라고 대답했다.

국민들이 가장 짜증스러워하는 것은 여야간의 극단적 대립이다. 국가정책에 대한 여야간의 견해가 전혀 다르다면 국론은 분열되고 사회는 경직될 것이다. 세계적으로도 여야간 극한 대결의 시대는 지나고 있다. 각론(各論)적 논쟁은 있을 수 있지만 「큰 정책」에 관해서는 굳이 여야간에 차이가 있어야 할 필요가 없다.

유권자가 정당을 선택하는데 있어서도 정책의 차별성 보다는 정당의 도덕성이나 경륜 등이 새로운 지표가 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세계 경제시대에서 정치는 경제에 도움이 돼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정치자체를 안정시키는 일이다.

정치안정을 위해서는 올바른 여야관계의 정립이 필수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삼권분립의 중요성은 쉽게 이해하면서도 경쟁적 양당제도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

국가를 한 집안에 비유하면 국민은 부모라고 할 수 있다. 부모는 큰 아들, 작은 아들을 똑같이 사랑한다. 큰 아들이 작은 아들보다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아이들이 각자 독특한 개성과 소질을 키워가는 것은 좋지만, 싸우는 것을 좋아하는 부모는 하나도 없을 것이다.

뉴질랜드는 여야 정당이 번갈아 집권하면서도 정부정책의 일관성이 흐트러지지 않는 대표적인 경우다. 노동당이 공무원 수를 8만8,000명에서 3만3,000명으로 60%나 감원하는 등 개혁정책으로 인기가 하락하고, 이 때문에 90년 총선에서는 야당인 국민당이 집권했다. 그러나 국민당은 노동당의 정책을 계승, 노동당이 못다한 개혁의 완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이 보수당의 18년 통치를 종식시키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블레어를 「대처리즘의 추종자」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블레어 총리 자신은 『이데올로기는 대수롭지 않은 것이며, 유용하다면 누구의 것이든 상관없다』고 천명, 보수적인 정책들을 수용하고 있다.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도 취임전에는 중도좌파의 입장이었으나 이후 중도우파로 바뀐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일본 사회당의 경우 60년대만해도 한국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 등 일본 공산당보다 더 과격한 노선을 표방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안정적 수권정당이라는 면모를 갖추려 노력하고 있으며, 무라야마(村山)당수는 보수당인 자민당과 연합해 94년 총리까지 됐다.

우리나라의 여야정당도 서로간에 정책이 다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정책의 수렴을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각 정당의 인쇄물에 적혀있는 각종 정책의 차이에는 큰 관심이 없다.

특히 남북이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보·외교정책의 기본틀은 초당적(bi-partisan)이어야 한다.

IMF시대가 시작된 97년말 대통령선거때 후보들의 TV토론회가 있었지만 국민들의 관심은 어느 당의 경제정책이 더 좋으냐는 것보다 어느 후보가 실제로 추진력이 있어 보이느냐에 쏠렸었다.

우리나라 정치의 특징은 단절성과 비연속성에 있다. 그러나 정치제도의 단절은 50년만에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루어짐으로써 극복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제 정책의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가장 큰 과제이다. 국민들은 통일정책과 같은 정책이 수시로 달라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정치인들이 사심없이 장기적 국가이익에 봉사해 주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정몽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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