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패러디신문인 「딴지일보」에 최근 실린 한 편의 글을 놓고 「필자찾기」소동이 벌어지고 있다.36살의 청년이 중3때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여동생과 살면서 겪었던 온갖 사회적 비리와 병폐에 염증을 느껴 3년전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뉴질랜드로 이민갔고 고생끝에 지금은 조그만 고깃배의 선장이 돼있다는 내용이 글의 줄거리.
특히 소년가장인데도 현역판정을 받았고 빈부격차로 인한 사랑에 실패했으며 대학측의 뒷돈 요구로 강사자리까지 포기하게 된 사연등은 우리가 느껴온 우리사회의 부조리의 단면들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어서 네티즌들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글쓴이가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을 정확히 밝히지 않았고 사연 자체도 잘 짜여진 드라마를 연상시킬 정도여서 『누군가 소설을 써보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문도 적잖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이 글을 게재한 딴지일보측과 글에 등장한 K대학, 뉴질랜드 한인회 등이 주인공 찾기에 나섰다. 딴지일보측은 접속과정을 추적, 이 글이 국내에서 씌어진 글이 아니라 외국에서 작성해 인터넷을 통해 보낸 사실까진 확인했다. 그러나 끝내 필자를 찾지 못하자 게시판을 통해 연락처를 보내줄 것을 요청해놓았다.
그가 3수끝에 들어가 대학원까지 졸업했다고 주장한 K대도 글의 내용과 나이 등으로 미뤄 「미대 84∼86학번」정도일 것으로 보고 학적부 등을 샅샅이 뒤졌으나 뚜렷한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
뉴질랜드 한인회측도 오클랜드 등 3개지부를 통해 여동생과 함께 이민와서 현재 고깃배 선장을 하고 있는 교민을 수소문했으나 단서를 찾지 못했다.
한인회 사무국장 유조식(兪朝植·30)씨는 『해외 이민자중에는 한국사회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많은데 이중 누군가가 일부 내용을 과장하고 조작해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며 『설사 실재인물이라고 하더라도 교민사회에 잘 나타나지 않는 사람이어서 신원을 확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황양준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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