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어느날 자고 일어나 보니 갑자기 유명인이 돼 있더라」고 말하잖아요. 제가 바로 그렇게 된 느낌입니다』컴퓨터 백신프로그램 제조업체 ㈜하우리의 권석철(權錫哲·29)사장은 그의 말마따나 「벼락스타」다. 지난달 26일 CIH(일명 체르노빌)바이러스가 전국의 200만대 PC를 일시에 「뇌사상태」에 빠뜨리면서 무명의 벤처전사가 갑자기 세인의 주목을 한몸에 받게 된 것.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난해말 제작에 성공한 「바이로봇」이라는 백신프로그램 덕분이었다. 한달여전부터 CIH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백신프로그램을 배포하는 등 발빠른 대응을 한 것도 한 몫을 했다. 이날 하루만도 서울 구의동에 있는 사무실에는 1,000여건의 문의 전화가 폭주했고 언론사들은 앞을 다퉈 인터뷰 요청을 해왔다.
하지만 권사장은 갑작스런 이목이 못내 부담스럽다.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저희만 유독 주목받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는게 그의 솔직한 심정. 『하우리의 백신프로그램으로 인해 피해를 막았다는 데서 평가를 받았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권사장이 백신프로그램 연구에 뛰어들게된 것은 그 자신도 바이러스의 피해자였기 때문. 『89년 인하공전 전자계산과 1학년때였어요. 다음날로 예정된 소프트웨어 전시발표회를 위해 동료들과 밤샘작업을 하고 있는데 제 PC가 「브레인」이라는 바이러스에 걸린 거죠』 눈 한번 붙이지 못하고 컴퓨터 복구작업에 나섰지만 일천한 컴퓨터 실력으로는 역부족. 결국 1달여동안 노력해 만든 자료를 모두 날려버리고 부랴부랴 발표자료를 급조해야만 했다.
컴퓨터 통신을 통해 전국의 「백신전문가」들과 정보를 교환하던 권사장은 이들과 의기투합, 지난해 3월 「하늘 아래 우리가 있다」는 모토 아래 하우리를 탄생시켰다. 다수의 외국업체에 맞서 국내 업체로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만이 분투하고 있던 국내 백신시장에 도전장을 낸 것. 『돈도 안되는 일을 하려고 하느냐는 주변사람들의 만류도 많았죠. 하지만 빠져들수록 심오하고 중요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내 백신프로그램 발전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안연구소가 기술개발에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틈새」로 노릴만 하다고 판단했다.
권사장의 향후 목표는 외국시장을 개척하는 것. 미국과 일본의 컴퓨터업체에서 관심을 보여 이달 말께 「바이로봇」의 영문버전 개발을 완료, 견본을 보내줄 계획이다. 또 PC용 프로그램인 「바이로봇」에 이어 서버용 제품을 개발하고 경비전문업체인 에스원과 함꼐 「24시간 컴퓨터 방역서비스」를 실시하는 등 제품을 다양화하는데도 주력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에서 백신프로그램을 비롯한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하는 풍토가 사라지길 바란다』는 권사장은 『시만텍 트렌드코리아 등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업체들에 맞서 안연구소와 함께 국내 백신시장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글 이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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