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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프로야구] '무욕의 스윙' 이병규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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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프로야구] '무욕의 스윙' 이병규가 뜬다

입력
1999.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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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수치를 들이댈 때면 쓰는 표현「물경(勿驚)」.요즘 LG구단에는 「물경」이란 표현이 자주 쓰인다. 「물경 8개, 물경 9개…」. 90개도 아니도 9개를 가지고 놀라지 말라니. 그러나 얘기를 찬찬히 들어보면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LG의 톱타자 이병규(25)는 프로에 입문해 신인왕이 되던 97년, 7개의 홈런을 쳐냈다. 지난 시즌에는 9개. 2년통산 2할9푼2리의 타율에 도루는 33개지만 홈런수는 16개였다. 발빠른 교타자이지 파워히터는 아니란 얘기다. 그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그런데 올시즌 한달도 채 못돼 이병규가 뽑아낸 홈런수는 9개. 2일 마산 롯데전에서 이병규는 2-3으로 뒤지던 9회초 1사1루서 상대투수 정원욱의 3구를 통타, 우중간 외야석에 떨어지는 역전 결승 투런홈런을 뽑아내며 해태 샌더스와 함께 홈런 공동선두가 됐다.

124경기 동안에도 9개의 홈런밖에 뽑아내지 못하던 이병규가 23경기만에 벌써 같은 수량의 홈런으로 이 부문 선두를 달리다니. 「놀라지말라」는 얘기가 덧붙여질 만하다.

그렇다면 변화의 비결은 뭘까. 본인은 물론이고 주위사람들이 꼽는 첫번째 비결은 「체중증가」다. 185㎝의 큰 키지만 82㎏에 불과하던 몸무게가 겨우내 88㎏으로 불었다. 물살이 늘어난게 아니고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이 붙었다. 결국 그만큼 파워가 증가했다는 얘기. 예년같으면 외야플라이로 끝날 타구도 힘을 받아 담장을 넘어가는 이유다.

두번째는 심적 안정이다. 이병규는 지난해 방콕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의 톱타자였다. 당초 「기대」와 달리 그는 맹활약을 펼치며 대표팀을 금메달고지에 올려놓았다. 당연히 따라오는 포상, 군면제 혜택을 누리게 돼 그는 어느 때보다 편안하다. 편안한 마음에서 자신있는 플레이가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그래서인지 이병규는 홈런뿐만 아니라 다른 플레이도 돋보인다. 3일 현재 3할7푼2리의 타율에 20타점 6도루. 유지현 대신 LG의 톱타자 몫을 기대이상 해낼뿐 아니라 외야수비에서의 허슬플레이로 고비마다 승부의 물꼬를 틀어놓는다.

지난해 몇몇 석연찮은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이병규는 성적이 좋아서인지 인간적인 면에서도 한결 성숙해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러다 올시즌 홈런왕 타이틀마저 거머쥐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생각없다』고 잘라 말한다. 『늘 하던대로 하면서 팀의 우승에 기여하고 싶을뿐…』이라며. 그의 또다른 홈런비결은 「무욕의 스윙」인지도 모른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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