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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책 고르기에만 여념이 없는 부모들에게 고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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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이책 고르기에만 여념이 없는 부모들에게 고함

입력
1999.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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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이 들어있는 5월과 겨울방학 시즌은 어린이 책 시장에 특별한 수요를 창출한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유난히 어린이 책이 눈에 많이 띈다.각종 지면에 커다랗게 실리는 특집 기사들, 일간지에 어느 때보다 많은 지면을 차지하는 광고들, 서점가에 몰려드는 사람들, 그들 앞에 널려있는 책, 책들….

그 책의 홍수 앞에서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모들은 힘들어 한다. 북적대는 분위기 때문에 느껴지는 육체적인 피로 때문이 아니라,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보고 책을 골라야 할지 모르는 데서 오는 정신적인 피로감 때문이다.

그래서 각종 신문, 잡지들은 정기적으로 「우리 아이 책을 어떻게 골라주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안 작성에 몰두한다. 그 답안들은 이제나 저제나 비슷비슷한데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철학적 깊이가 들어있는 책을 골라라」 「아이의 연령에 알맞는 책을 골라라」 「장정이나 삽화가 너무 조잡하지 않은 것을 골라라」 「민족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책을 골라라」등등….이것들은 「좋은 책 고르는 법 ○가지」라는 식의 제목으로 주욱 나열된다.

하지만 「좋은 책 고르는 방법 ○가지」를 달달 외워 서점에 나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지하고 성실한 우리 학부모들은 그 일에 지쳐 나가 떨어지지 않고 아이에게 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해 책도 읽고 강연도 듣고 모임도 결성한다.

그러나 그럴 수 없는 부모들은? 그럴 수 없는 부모의 아이들은? 어린이 문학에 관한 일에 깊숙이 관계하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이 물음을 떨쳐버릴 수 없다.

내 아이 책 골라주는 일만으로는 결코 내 아이를 바람직한 독서환경 속에서 자라게 할 수 없다. 어린이 책 작가들과 출판사들, 유통회사들, 도서관 관계자들, 각급 학교에서 행해지는 책을 둘러싼 각종 행사들에서 일어나는 불합리하고 불건전한 관례들을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혹시 부모들을 「내 아이 책 골라주는 일」에만 집중하게 하는 근시안적인 열성이 사회에 만연했기 때문이 아닐까.

최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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